첫 장관회담…박진 "北, 핵실험 대신 주민 행복에 예산 써야"
블링컨, 北최선희 외무상 임명에 "우리 접근법은 특정개인 의존 안해"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이상헌 특파원 = 박진 외교장관이 13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했다.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한 상황을 반영하듯 두 장관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의 철저한 공조를 다짐하며 단호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도 두 장관은 북한이 외교와 대화의 길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두 장관은 한미 관계가 안보 동맹을 넘어섰다는 데 공감하며, 인도태평양의 안보, 공급망 등 각종 글로벌 현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대응 등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
박 장관은 블링컨 장관을 '토니'라고 부르고, 블링컨 장관 역시 '진'이라고 호칭하는 등 두 장관은 첫 만남부터 친밀감을 과시했다.
블링컨 장관은 박 장관이 미국 대학에서 하나도 아닌 두 개의 학위를 받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다음은 두 장관과 일문일답.
--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얼마나 우려하나. 핵실험을 하더라도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제안은 유효한가.
▲ (블링컨)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우려한다. 우리는 방심하지 않고 있다. 한국, 일본 등 동맹과 매우 긴밀히 조율하며 모든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적절한 장단기 군사대비태세 조정에도 준비돼 있다.
우리는 북한이 상황을 추가로 불안정하게 하는 행동을 자제하고 진지하고 지속적 외교에 관여하길 촉구한다. 북한에 어떤 적대적 의도도 없다. 그러나 전제조건 없이 관여하려는 노력에 대해 북한의 호응이 없었다. 유일한 반응은 다양한 미사일 시험이었다.
▲ (박진) 북한은 또 다른 핵실험 준비를 마쳤고, 오직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핵실험 모험을 감행한다면 우리의 억지력과 국제 제재만 강화하고,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킬 뿐이다.
분명 우리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배워야 할 교훈은 더 많이 도발할수록 더 고립된다는 점이다. 북한 스스로 국가안보를 약화하는 일이다.
-- 한국에 묶인 이란의 동결 자금 해제 문제의 해결이 더 가까워졌다고 보나.▲ (박진) 동결 자금이라는 일부 장애물이 있지만 (이란과)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만들고 싶다. 한국은 이란, 또 미국과 이를 논의할 것이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문제가 가급적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 이 경우 이 장애물(동결자금)도 해결되리라 생각한다.
--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조기 재가동에 합의했다고 밝혔는데, 시간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제시해 달라.
▲ (블링컨) 미국은 확장억제를 약속했고, 이 약속은 확장억제그룹(EDSCG) 재건의 형태를 취할 것이다. 몇 주 내에 가동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 (박진) 우리는 EDSCG가 한국의 안보와 평화, 안정을 다루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재가동돼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필요할 경우 전략자산을 적시에 전개하는 것도 포함된다. 물론 한미연합군사훈련의 복원도 한반도에 더 안전한 환경을 구축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 한국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로 인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때처럼 중국의 괴롭힘이나 경제 보복 우려는 없나.
▲ (박진) IPEF의 기본 접근법은 특정국가를 소외시키거나 배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IPEF는 회원국이 무역, 공급망, 에너지, 조세, 반부패 분야에서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새로운 법과 규범을 만드는 것에 관한 것이다. 진정한 물음은 중국이 역내에서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이 규범과 규제를 수용할 의향이 있는지다.
--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외무상에 임명했는데, 미국과 한국에 대한 접근법의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나.
▲ (블링컨) 우리 접근법은 특정 개인에 입각하거나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국가가 추구하는 정책에 전적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 (박진) 북한은 생각을 바꿔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핵폭탄 시험이나 미사일 발사에 예산을 쓰는 대신 주민의 행복을 위해 지출해야 한다. 북한이 호전적 태도를 취하는 한 자신을 고립시키는 일이 될 뿐이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분열을 감안할 때 미국에 의한 일방적 대북 징벌 조처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논의 테이블에 올라 있나.
▲ (블링컨) 북한을 지원하는 이들을 겨냥한 것에 관한 한 우리는 이미 이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해 북한을 돕는 개인과 단체에 제재를 부과했다.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
-- 한국과 일본의 정보공유 부활을 위해 미국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 (박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한일 관계 개선과 함께 가능한 한 빨리 정상화하길 희망한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간, 또 미국과 함께 정책을 조율하고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 미국의 대북 접근법에 북한이 아무 반응이 없다. 다른 지렛대가 있는지, 또는 현 정책을 수정할 의향이 있나.
▲ (블링컨) 우리는 북한이 외교와 대화에 관여하지 않으면 압력이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적절히 유지될 것이고 늘어날 것이다.
우리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범위와 규모 확대에 관한 논의에 전념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방어 능력을 갖췄음을 분명히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목표도 아니다. 그 반대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한다.
우리는 어느 쪽이든 준비할 것이다. 외교를 준비하면서 북한의 도발 대응에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한미 간에는 어떤 틈도 없다.
-- 북한이 핵실험 버튼을 누를 준비가 돼 있다고 했는데,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이 핵실험을 착수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까.
▲ (박진) 북한이 기로에 서 있다. 핵실험을 진행해 스스로 고립시킬 수도 있고, 올바른 결정을 내려 대화에 복귀할 수도 있다. 후자의 선택을 하길 바란다. 또한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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