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아세아시멘트, 옥계·제천 소성로 각 1기씩 가동 멈춰
해안사들은 재고 쌓여 수출로 전환…건설현장선 "금주중 공사 중단"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14일로 8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시멘트 업체들이 소성로(시멘트의 반제품을 생산하는 가마·킬른) 가동을 멈추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일부 해안사들은 시멘트 재고가 적체되자 수출용으로 전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고, 일선 건설현장에서는 금주 중으로 공사가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한라시멘트 강릉 옥계공장의 소성로 4기 가운데 1기의 가동이 멈췄다.
앞서 생산량 조절로 1기 가동을 중단한 상태에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재고가 적체되며 추가로 1기의 가동을 중단한 것이다.
시멘트는 야적이 불가능해 전용 보관장소인 사일로(silo)가 포화상태에 이르면 생산을 지속하기 어렵다.
회사 관계자는 "파업 장기화에 따른 재고관리 차원에서 지난 9일부터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며 "유지보수를 겸하되 파업 철회 등 상황을 봐가며 재가동 시기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세아시멘트[183190] 제천 공장도 시멘트 재고가 쌓이면서 11일부터 소성로 3기 중 1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소성로를 멈추면 재가동까지 4∼5일, 길면 일주일 정도가 소요되며 비용도 3억원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시멘트[300720]는 사일로가 포화되면서 금주부터 시멘트 반제품인 '크링카'만 생산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크링카도 더이상 보관할 장소가 없으면 소성로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길어야 1∼2주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일부 동해·옥계 등 해안사에 위치한 시멘트사들은 재고 소진을 위해 수출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시멘트사들이 지난 4월 국토교통부 간담회에서 국내 재고 부족에 대한 대응책으로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하기로 했으나 재고가 쌓이면서 다시 수출로 전환한 것이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파업 직후 평소의 5∼10%에 그쳤던 출하량이 13일에는 13% 수준으로 다소 높아졌다.
시멘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멘트 부족으로 수출을 잠정 중단했던 것인데 파업이 길어질 조짐이어서 불가피하게 다시 수출로 돌리는 상황"이라며 "수출 물량이 거의 없는 내륙사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재고 적체로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되는 등 손실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레미콘 업계는 전국 1천여개 공장 가운데 90% 이상이 가동을 멈춘 상태다.
앞서 삼표의 17개 레미콘 공장이 전면 중단됐고, 유진기업[023410]도 24개 공장 가운데 군산을 제외한 23개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레미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방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며 "업계 전체적으로 하루 500억원 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계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이미 전국 상당수 건설 현장의 레미콘 타설이 중단된 가운데 금주부터 공사가 전면 중단되는 현장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레미콘뿐만 아니라 철근 등 자재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고 대체 공정으로 돌리는 것도 한계에 달해 이르면 당장 하루이틀 안에 공사를 멈춰야 하는 곳도 나올 것 같다"며 "조속한 사태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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