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네루 증손' 야권 지도자 간디, 돈세탁 혐의로 당국 조사

입력 2022-06-14 12:00  

인도 '네루 증손' 야권 지도자 간디, 돈세탁 혐의로 당국 조사
야권 강력 반발·시위 "조사 배경에 정치적 동기 있어"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정치 명문가 출신 야권 지도자 라훌 간디가 돈세탁 혐의 등으로 당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야권은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시위를 벌이며 강하게 반발했다.
14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연방의회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의 지도자 라훌 간디가 전날 오전 11시께부터 뉴델리의 금융범죄수사국(ED) 본부에서 11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라훌 간디는 이날 다시 소환돼 조사받을 예정이다.
라훌 간디에 대한 조사는 인도 집권당 인도국민당(BJP) 의원인 수브라마니안 스와미의 2012년 고발에 따라 이뤄졌다.
스와미는 라훌 간디와 그의 어머니 소냐 간디가 유령회사를 만들어 불법적으로 INC의 자금을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스와미에 따르면 이 자금은 언론사 내셔널 헤럴드 소유 업체를 인수하는 데 사용됐는데 이 업체 소유의 자산은 200억루피(약 3천300억원)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INC 대변인인 란디프 싱 수르제왈라는 "간디와 우리 당은 위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며 이번 조사에는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좌절하지 않고 두려움 없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INC 지지자들은 라훌 간디가 소환될 때 함께 거리를 행진했고 인도 여러 도시에서도 관련 시위가 벌어졌다.

수십 년간 인도 현대 정치사를 좌우했던 INC는 지난 몇 년간 급격하게 위상이 추락한 상태다.
2014년, 2019년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BJP에 완패한 데 이어 펀자브주 등 몇 안 남은 집권 지역 선거에서도 잇따라 패했기 때문이다.
1885년에 설립된 인도 최대 사회단체이자 독립운동 단체 INC는 1947년 해방 후 정당으로 변신, 무려 50여년간 집권당으로 군림했다.
특히 네루-간디 가문에서는 자와할랄 네루가 초대 총리를 역임했고 그의 딸 인디라 간디, 인디라 간디의 아들 라지브 간디 등 총리 세 명이 배출됐다.
소냐 간디는 1991년 암살당한 라지브 간디 전 총리의 부인으로 1998∼2017년에 이어 2019년부터 INC 총재를 맡고 있다.
다만, 라훌 간디는 막강한 가문의 후광에도 불구하고 최근 두 차례 총선에서 총리 후보로 나섰다가 패하는 등 INC 몰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그는 총선 패배 후에도 당을 적극적으로 수습하지 않은 채 사실상 방관하다가 총재 자리에서 물러났고 정국 주도권은 BJP에 완전히 뺏긴 상태다.
한편, 라훌 간디의 성은 인디라가 페로제 간디와 결혼하면서 바뀐 것으로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와는 무관하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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