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EU, 이스라엘 가스 필요"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대폭 줄이고 있는 유럽이 이스라엘에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에 있는 벤구리온대학 연설에서 에너지를 앞세운 러시아의 협박을 언급하면서 이스라엘과의 협력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크렘린은 러시아 화석연료 의존도를 이용해 우리를 협박했다. 그들은 전쟁 개시 직후부터 우리의 우크라이나 지지에 대한 보복으로 폴란드, 불가리아, 핀란드, 네덜란드, 덴마크 업체에 대한 가스 공급을 끊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그런 러시아의 조치는 러시아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성을 깨뜨려야 한다는 우리의 결의만 강화했다"면서 "EU는 이스라엘과의 에너지 협력 강화를 모색해왔다"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스라엘과의 에너지 협력 사례로 동지중해 가스관 및 해저 전력망 사업을 꼽았다.
현재 이스라엘은 지중해 연안에서 생산한 가스의 일부를 이집트로 보낸다. 이집트에서 액화 처리된 가스는 유럽 대륙으로 수출된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할 만큼 많은 양을 유럽으로 보내려면 이스라엘과 이집트에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전날 카린 엘하라르 이스라엘 에너지 장관과 회담에서 이런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에너지부 대변인은 "유럽연합이 이스라엘의 가스를 필요로한다"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발언을 전하면서, 이스라엘산 가스를 이집트를 통해 유럽에 더 많이 수출하기 위한 법적인 틀을 만들기 위한 논의가 3월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또 동지중해 이스라엘 가스전과 키프로스 및 그리스를 연결하는 해저 가스관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 때문에 실행 가능성이 없다는 비관론도 있다.
이스라엘과 터키를 가스관으로 연결하는 하나의 선택지로 거론된다. 10년 넘게 틀어졌던 이스라엘과 터키의 관계가 최근 해빙 무드를 탄데다 터키 역시 이스라엘과의 에너지 프로젝트 참여를 희망하고 있어서 실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터키 가스관 연결에 대략 2∼3년의 시간과 15억 달러(약 1조8천억 원)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스라엘 가스전에는 대략 1조㎥ 규모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스라엘의 향후 30년간 내수 수요 추정량(3천억㎥)의 3배가 넘는다.
한편,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이어 다음 방문지인 이집트로 향할 예정이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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