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대상' 이란 마한항공 소유 항공기, 작년 베네수가 인수
이례적으로 많은 승무원 탑승 등 수상한 정황…"첩보작전 의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아르헨티나에 억류된 베네수엘라 국적 화물기를 둘러싼 수상한 정황이 속속 확인되면서 화물기에 탑승했던 이란·베네수엘라인 승무원들에게 출국 금지령이 내려졌다.
아르헨티나 당국은 14일(현지시간) 승무원 19명이 묵고 있는 호텔을 수색한 후 이들 모두가 아르헨티나를 떠나지 못 하게 했다고 현지 일간 클라린 등이 보도했다.
전날까지는 이란인 5명의 여권만 임시로 압수했는데, 이날 베네수엘라인 14명도 출국을 막기로 한 것이다.
7시간가량 소요된 호텔 수색을 통해 경찰은 승무원들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서류 등을 압수했다.
이들이 타고 온 보잉 747 화물기가 아르헨티나에 처음 도착한 것은 지난 6일이다.
이란 마한항공이 보유했다가 지난해 베네수엘라 국영 화물항공사 엠트라수르에 팔린 이 항공기는 멕시코에서 아르헨티나로 왔다가 다시 우루과이 몬테비데오로 출발했다.
그러나 우루과이는 이 화물기의 영공 진입을 불허했고, 비행기는 다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으로 돌아와 억류됐다.
당국에 포착된 수상한 정황 중 하나는 화물기치고는 이례적으로 많은 승무원이 탑승했다는 점이었다.
화물기엔 자동차 부품이 실린 것으로 돼 있었는데, 4∼5명 수준인 통상 화물기 승무원 규모나 당국에 신고한 인원보다 더 많은 인원이 타고 있었다.
게다가 일부 승무원은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연계 회사와 관련이 있다는 첩보도 입수했다고 아르헨티나 정부는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 정부로부터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돼 있다.
이 화물기가 아르헨티나 영공에서 송수신 장치인 트랜스폰더를 끈 채 비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르헨티나 야당 소속 헤라르도 밀만 하원의원은 현지 일간 라나시온에 화물기 관련 수상한 정황들을 나열하며 "우연이 아니다. 아르헨티나 영토 내에서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첩보 작전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항공기의 이전 소유회사인 마한항공과 현 소유자인 엠트라수르의 모회사 콘비아사 모두 미국의 제재 대상이다. '제재 동지'인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최근 더 끈끈한 '반미 동맹'을 과시하고 있다.
이 화물기는 앞서 지난달 파라과이에도 착륙해 3일간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파라과이 당국은 화물기가 떠난 후에야 이 항공기가 미국 제재 대상이고, 18명이나 되는 승무원 중 이란 혁명수비대 연계가 의심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아르헨티나 등 주변국에 공유했다.
이날 파라과이는 화물기 착륙을 허가한 공항 관계자 2명을 해고하고 다른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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