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선-신속한 행정지원-마중물지원 필요 사업 53건 발굴…제도 개선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정부가 규제에 묶여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337조원 규모의 민간 기업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해 '4대 산업규제 혁신 방향'을 바탕으로 애로 해소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10대 그룹을 포함한 국내 기업의 투자계획과 애로사항을 1차적으로 조사한 결과 규제와 인허가 지연 등으로 애로가 발생한 총 337조원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 53건을 발굴했다고 15일 밝혔다.
◇ 직접적 규제·제도 개선 필요한 사업 26건…높은 제도 혜택 기준과 일괄적 규제에 난항
이 중에서 직접적인 규제·제도 개선이 필요한 투자가 가장 많은 26건(239조원)이다.
예를 들어 IT업종 시설 투자에 2027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인 A사는 현재 최대 350%로 제한된 일반 공업지역의 용적률을 상향 조정해 달라고 건의했고, 석유화학 원료 생산공장 신설을 계획 중인 B사는 산단 입주 가능 업종 제한으로 공장 입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산업부는 이처럼 용적률이나 산단 입주업종 제한과 같은 입지 규제로 인해 신·증설 투자가 지연된 업체들을 위해 부지 용도 변경·산단 개발계획 변경·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애로를 해결하고, 산단 입주 업종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유턴법이나 경제자유구역법의 기준이 엄격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 개정도 검토할 방침이다.
실제로 해외 생산공장을 매각하고 국내에 투자할 계획인 C사는 유턴법의 혜택을 받으려면 해외 공장을 철수한 후 2년 이내에 국내 공장을 증설해야 하지만, 기한 내 증설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자유구역에 바이오 제조·연구 시설을 구축할 계획인 D사는 신규 건물에 계열사 등의 입주가 허용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에는 토지·건축물 임대가 불가능해 동반 입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산업부는 해외 사업장 청산 후 국내에 투자해야 하는 기한을 연장하고, 경제자유구역에 계열사와 모회사의 동반 입주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폐기물 재활용과 대기유해물질 배출과 관련한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일률적인 규제에 따른 애로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사업을 계획 중인 E사는 폐기물관리법에 규정된 유통·처리 방법을 따르려면 과다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순환자원으로서 가치가 큰 폐기물은 폐기물관리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건의했다.
산업부는 이와 함께 신산업 창출과 혁신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고 보고 관련 규제도 개선하기로 했다.
이동형 로봇 생산 설비 구축을 계획 중인 F사는 자율주행로봇의 보도 주행을 금지하는 도로교통법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는 협동로봇과 이동형 로봇 등에 대한 안전 기준을 새롭게 마련해 혁신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 신속·유연한 행정지원 필요한 투자사업 14건…인센티브 확충 필요한 사업 25건
신속하고 유연한 행정 지원이 필요한 투자도 14건으로 71조원 규모에 달했다.
에너지저장장치 생산시설 증설을 계획 중인 기업 G사는 부지 인근에 대학 설립 예정지가 있어 최대 6개월이 소요되는 교육환경평가를 진행해야 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고, H사는 R&D 센터에 반도체 기업의 우선 입주 허용을 요청했다.
산업부는 첨단전략산업의 투자부지 우선 입주를 허용하고 생산 시설 구축 과정에서 신속한 인허가 처리를 지원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및 관련 부처와 적극적인 협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마중물 지원과 인센티브 확충이 필요한 투자 프로젝트는 25건(288조원)으로 파악됐다.
로봇 활용 사업에 투자를 계획 중인 I사는 서비스로봇의 초기 시장 창출을 위해 지원사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산업부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을 시행하고 전략산업 기반시설 구축 지원사업을 신설해 전력 등 기반 시설 구축을 지원하고, 소상공인 대상 로봇 바우처를 운영해 서비스로봇의 초기 시장 창출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10대 그룹이 국내 투자 약 860조원을 포함한 1천56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발맞춰 4대 산업규제 혁신 방향을 바탕으로 기업의 신속한 투자 프로젝트 이행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기업 투자 프로젝트와 직결되는 규제를 집중적으로 발굴해 산업부 소관 규제는 신속히 개선하고, 다른 부처 규제의 경우에는 총리실 주관 규제혁신전략회의에 상정해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과다한 비용을 초래하는 '킬러 규제' 중 기업이 핵심적으로 요구하는 환경, 노동, 교육 분야의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기업 활동에 실질적인 부담을 야기하는 각종 평가·협의 제도 등 숨은 규제도 조사해 일괄 정비에 나선다.
아울러 민간 시장 활성화를 가로막는 공공부문의 과도한 시장 개입 사례를 발굴해 공공부문의 역할을 재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주영준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규제, 제도 미비, 인허가 지연 등으로 기업투자에 차질이 발생하는 사례가 없도록 프로젝트 담당관이 상황을 밀착 관리하고, 추가 투자프로젝트를 지속해서 발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hee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