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 된 잎 모기퇴치 성분 극대화…식물 추출 해충 퇴치제 연구 도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육식 동물인 고양이가 '개박하'(catnip)나 '개다래나무'(silver vine)잎 위에서 뒹굴고 몸을 비비는 것을 넘어 잎을 핥고 씹는 이유가 밝혀졌다.
이 식물의 유효성분인 '네페탈락톨'(nepetalactol)이 모기를 쫓고 행복감에 취하게 만드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고양이가 씹거나 핥아 잎이 손상되면 온전할 때보다 이런 효과가 훨씬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일본 이와테대학에 따르면 미야자키 마사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고양이가 이 식물의 잎을 핥고 씹기 전과 후 네페탈락톨과 같은 식물 방어메커니즘에 관여하는 2차 대사산물인 '이리도이드'(iridoid) 양과 성분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과학저널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고양이가 개다래나뭇잎을 씹어 물리적으로 손상되면 온전할 때보다 이리도이드 양이 10배나 많아지는 것을 밝혀냈다.
또 총 이리도이드에서 네페탈락톤이 차지하는 비중도 90%를 넘다가 잎이 손상된 뒤에는 다른 이리도이드 성분이 급증하며 약 45%로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잎이 손상되기 전과 후의 비율로 이리도이드를 합성한 뒤 고양이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잎이 손상된 후의 비율로 합성된 이리도이드가 훨씬 더 긴 반응을 끌어내는 결과를 얻었다.
미야자키 교수는 "이리도이드 양이 늘어나면 고양이의 반응이 길어질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됐지만 이리도이드 성분이 변화했을 때도 반응이 늘어난 것은 놀라웠다"면서 "손상된 잎에서 이리도이드 방출 양이 늘어나고 화학적 성분이 변화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고양이가 몸을 비비고 뒹구는 시간을 더 늘려 모기퇴치제를 털에 묻힌다"고 설명했다.
개박하는 잎이 손상되면 이리도이드 양이 20배로 늘어나지만 네페탈락톨로만 돼 있는 화학적 성분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잎이 손상됐을 때 총 이리도이드 양은 개박하가 개다래나무보다 약 40배나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런 차이가 고양이의 반응 시간에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한 결과, 개박하 합성 이리도이드 0.4㎎과 개다래나무 합성 이리도이드 0.01㎎에서 같은 반응시간이 나와 농도차이는 있지만 효과는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모기들이 네페탈락톨로만 돼 있는 온전한 개다래나뭇잎의 이리도이드보다는 손상된 잎의 복합적 이리도이드에 더 예민했다면서 손상된 잎에서 '이소디하이드로네페탈락톤'(isodihydronepetalactone)등과 같은 이리도이드 성분의 다양화가 더 큰 퇴치 효과를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리버풀대학의 제인 허스트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동물이 자기 몸에 향이 든 물질을 바르는 행동과 함께 일어나는 식물파괴 행동이 고양이는 물론 다른 동물에서도 곤충을 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면서 "이는 식물에서 자연적인 해충 퇴치제를 얻는 방법에 대한 가치있는 통찰력을 제공해 줬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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