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법치 무시"…의석분포상 가능성 낮지만 집권 세력 '흠집내기'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야권이 쁘라윳 짠오차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실제 총리를 몰아내겠다는 시도라기보다는 내년 초 예정된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제1야당 푸어타이당 등 야당들은 지난 15일 쁘라윳 총리 및 10명의 내각 장·차관을 겨냥한 불신임안을 추안 릭파이 하원의장에게 제출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네 번째다.
불신임안 제출을 주도한 푸어타이당의 촌라난 스리깨우 대표는 쁘라윳 총리에 대해 "권력에 집착하며 법치를 존중하지 않고 도덕성이 결여됐으며 국정 관리에 실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촌라난 대표는 불신임안에 대한 토론이 내달 18일부터 닷새간 진행된 뒤 표결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국 현지 정치분석가들은 쁘라윳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의 하원 의석이 253석으로 야당 전체 208석보다 많은 만큼, 불신임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프라짜티폭왕 연구소의 스띠톤 타나니티촛 박사는 연립정부가 여전히 대오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쁘라윳 총리가 불신임당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수쿰 누안사꾼 정치분석가는 이번 불신임안 제출은 쁘라윳 총리를 물러나게 하려는 것이라기 보다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총선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틴 끌룽상 푸어타이당 의원은 블룸버그 통신에 "우리는 파문을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설사 우리가 의회에서 정부를 무너뜨리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국민들이 내년에 투표장에 가기 전 결정을 하는 데 있어 (누가 부적합한지) 더 잘 알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치러진 방콕시장 선거에서 친정부 성향 후보자들이 야당 출신 인사에게 패배하면서 현 정부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이번 불신임안을 통해 이런 흐름을 더 가속하려는 속내라는 평가도 나온다.
쁘라윳 총리는 지난 2014년 정치적 혼란 상황 속에서 육군참모총장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고 총리직에 올랐다.
이후 2019년 3월 총선에서 집권 세력이 승리해 연임에 성공했다.
군부 헌법에 따라 군부가 지명한 상원의원 250명 전원의 지지 덕이었다.
다음 총선은 내년 3월에 치러질 예정이지만, 최근 17개 정당이 참여한 연립정부가 정치적 입장 차로 삐걱거리면서 올해 말 의회 해산 및 내년 초 조기 총선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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