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조3천억 무기 이전"…나토 "현대 장비 지원" 공언
돈바스 전투서 러 우세…서방 일각 '출구전략 모색' 기류 관측
(서울=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러시아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에 군사·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서방이 전쟁의 흐름을 좌우할 돈바스 전투에서 러시아군이 우위를 점하자 다시 대규모 무기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용 부담과 계속되는 경제 침체 속에 일각에서는 종전 또는 휴전 협상을 비롯한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미묘한 기류 변화도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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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단일 최대 규모 무기 공급", 나토 "신규 지원 합의 예상"
조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오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로 무기를 지원하겠다고 직접 말했다.
사포와 하푼 해안방어시스템 등 10억 달러(약 1조3천억원) 수준으로, 단일 무기 지원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즉각 "감사하다"고 화답하며 "이는 돈바스 지역에서의 우리 방어에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 주최로 한국을 포함한 40여개국이 참여한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 그룹'도 공동 지원 방침을 재확인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달 29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구소련 무기에서 나토 표준 장비로 전환하는 것을 도울 신규 지원 패키지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로이터와 AFP 통신 등이 전했다.
나토 회원국 국방장관들은 16일 브뤼셀에서 모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규모와 방식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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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비 부담 커지는 서방…'출구전략' 모색하나
겉으로는 서방이 계속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지만, 일각에서는 복잡한 속내도 감지된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경제와 무기 비축량에 점점 부담이 커지는 데다 러시아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전황 보고가 이어지면서 협상을 통한 해결 방안 모색을 기대하는 듯한 기류가 조금씩 분명해진다.
실제 전쟁을 바라보는 유럽 여론은 양분되고 있다.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FR)가 14일(현지시간) 발표한 유럽 주요국 여론조사 결과 분석에 따르면 설문 참여자 35%가 '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러시아에 대한 응징을 우선순위로 꼽은 대답은 22%에 그쳤다.
유럽인들은 특히 전쟁 여파로 에너지, 곡물가가 치솟자 생계 고통을 체감하기 시작했다고 EDFR 보고서는 지적했다. 미국 CNN은 15일 "미국, 유럽의 일반시민이 전쟁 비용에 직접 영향받고 언론의 관심이 멀어지기 시작하면 서방의 지원은 약해질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유가와 식량 등 인플레이션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지지율까지 취임 이래 최저치(40.1%)로 끌어내린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관리들은 전쟁 종식을 위해 어느 시점이 되면 러시아와 협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이전에도 "러시아에 굴욕감을 줘서는 안 된다"는 등 다른 서방 지도자와는 온도 차가 느껴지는 발언을 해오긴 했으나, 직접적으로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언급한 적은 없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서도 전쟁의 결정적 순간에 서방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미국 CNN 방송은 전했다.
다만,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에 휴전 협상을 압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PBS 방송에 출연, 우크라이나가 동부 지역 일부를 양보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우크라이나 국민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에드가스 링케빅스 라트비아 외무장관도 CNN과 인터뷰에서 "유럽 지도자들이 푸틴을 자극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가 물러서도록 강요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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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우크라에 최후통첩…요충지 대부분 장악
우크라이나 전쟁의 요충지로 꼽히는 동부 도시 세베로도네츠크에 공격을 퍼붓고 있는 러시아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방침에 최후통첩으로 맞대응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세베로도네츠크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 등 복수의 외신과 영국 국방부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현재 세베로도네츠크를 대부분 장악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15일 돈바스 지역의 전세가 결정되진 않았다면서도 "숫자로 보면 러시아가 유리한 것은 확실하다"라고 인정했다.
좁아지는 포위망에 우크라이나군은 아조트 화학 공장에서 항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이 이 공장에 있는 민간인을 위한 대피 통로를 개설한다고 알렸지만, 양측 포격 속에 민간인이 모두 탈출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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