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난민 신청자와 불법 이주민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보낸다는 계획과 관련해 영국 정부와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힘겨루기를 벌일 모양새다.
르완다행 첫 난민이송기의 이륙이 ECHR의 개입으로 불발됐는데도, 영국 정부가 두 번째 이송기를 띄우겠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아서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장관은 이날 하원의원들에게 보낸 성명에서 "다음 항공편 준비가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난민 신청자와 불법 이주민을 르완다로 보낸다는 계획이 "(영국) 국내, 국제법상 의무를 전적으로 준수하는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영국 총리실 공식 대변인도 두 번째 난민이송기가 준비되고 있다면서, 르완다 이송 정책의 적법성에 대한 정식 재판이 열리는 7월 이전 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불법으로 입국한 난민 신청자와 이주민을 영국이 아닌 르완다에서 난민심사를 받게 하는 대신 르완다에 5년간 1억2천만파운드(약 1천870억원) 상당의 개발원조를 제공한다는 정책 자체를 ECHR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건 아니란 명분을 내세웠다.
파텔 장관은 "(ECHR는) 단순히 전날 밤 비행편에 탈 예정이었던 (7명 가운데) 3명의 추방을 금지한 것"이고 "그들을 르완다로 이송하는 걸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 내에선 ECHR가 르완다로의 불법입국 난민신청자와 이민자 이송을 1년 넘게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음 달 열릴 르완다 이송 정책 관련 재판에서 정부가 승소하더라도 추방 대상자들이 ECHR에 해당 사안을 제소하면 장기간 시행이 지연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선 ECHR 설치의 국제법상 근거인 유럽인권조약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정부가 유럽인권조약 탈퇴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영국이 유럽인권조약에서 탈퇴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주요 각료들은 ECHR가 개입해 첫 난민이송기 이륙을 막은 데 대해 "실망스럽고 놀랍다"고 말하는 이상으로 비판 수위를 높이지 않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정의 일환인 북아일랜드 협약의 일부 변경을 추진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고, ECHR와 관련된 여러 국제협약에 연쇄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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