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美관료 "IS 격퇴작전 방해 피하려 비밀리 검토…일부 수정 요청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행한 공습과 관련해 미국과 비밀리에 협력해왔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현직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동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와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 몇 년간 이스라엘과 시리아에서 '이란 대리군'을 공습하는 계획을 사전에 검토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한 미국 주도의 군사작전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양국군의 협력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사실로 미국이 어떻게 이란을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이른바 '그림자 전쟁'에 말려들지 않고 동맹인 이스라엘을 지원하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이스라엘은 앙숙인 이란의 대중동 영향력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시리아 내 이란군 관련 시설을 파괴하고, 이란 정보원이나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를 공격했다.
하지만 적성국을 겨냥한 이런 공격을 공식 확인하지 않아 '그림자 전쟁'으로 불린다.
이 보도대로라면 미국도 이스라엘이 결과적으로 이란을 겨냥한 군사작전을 사전에 알고도 용인 또는 묵인했다는 뜻이다.
미국이 사전 검토한 내용은 주로 시리아 동부 지역에서 이뤄진 이스라엘 임무였다. 이스라엘의 공격 경로가 시리아 내 알탄프 미군기지가 가깝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기지는 이라크에서 시리아 남부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근처에 있다. 이 도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가 보급로로 쓰고 싶어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2017년 이스라엘 항공기가 시리아 방공망을 피하려고 알탄프 기지 인근을 비행하기 시작하면서 이스라엘은 작전 계획의 세부적인 내용을 미군에 미리 전달했다.
미 중부사령부 지휘부는 이를 검토하고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에게 보고했다. 장관과 합참의장도 이 작전을 별도로 평가할 수 있었다고 전·현직 관료들은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을 두고 전직 한 정부 관계자는 "잘 짜인 세심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대체로 이스라엘의 공습을 승인했지만 수정을 요청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미군이 복잡한 작전에 개입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전장을 복잡하게 만들 우려가 있어 공격을 중단하도록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중 한번은 2019년 시리아 북서부에서 당시 IS 수괴 아부 아크르 알바그다디를 사살한 최정예 특공대 '델타포스'가 공습을 계획했을 때였다.
이스라엘의 한 예비역 장성은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면서도 "이스라엘은 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이 미군에게 다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민감하다"며 "충돌을 피하는 것뿐만 아니라 최소한 사전 경고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 측은 논평을 거부했다고 WSJ는 전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시리아 북동부와 알탄프 기지 인근에서 미국의 임무는 현지 협력자와 함께 IS가 계속 패배하도록 하는 것뿐"이라며 "우리 병력과 임무에 대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의 세부사항을 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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