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및 대규모 금융완화 유지…총재 "물가안정이 목표"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이세원 특파원 =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
엔화 약세로 물가가 오르면서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할지 관심이 쏠렸지만 기존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 미국·유럽 기준금리 인상에도 저금리 유지…엔화 약세 심화
일본은행은 17일 열린 정책위원회·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도록 상한 없이 필요한 금액의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행의 저금리 정책과 대규모 금융완화는 최근의 엔화 가치 급락의 한 요인으로 지목됐으나 일본은행은 기존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7월에 0.25%포인트 인상하고, 9월에도 재차 인상하겠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엔화 가치는 이날 일본은행의 결정이 나온 직후 한때 1.8% 하락한 달러당 134.63엔까지 떨어졌다.
앞서 지난 13일 엔화 가치는 24년 만에 최저인 달러당 135.6엔까지 하락한 바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최근 급격한 엔화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구로다 총재는 "급속한 엔화 약세는 기업이 사업계획을 세우는 것을 곤란하게 하는 등 경제에 마이너스로 작용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을 타깃으로 정책을 운용하지는 않을 것이며 물가 안정이 금융정책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 금융완화 유지 배경은 낮은 물가상승률과 국채이자 부담
일본은행이 다른 주요국과 달리 금융완화를 고수하는 배경으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상승률과 국채이자 부담이 꼽힌다.
엔화 약세와 곡물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일본의 4월 소비자물가는 2.1% 상승해 2015년 3월(2.2%) 이후 7년 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하지만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인 9.2%나 미국의 8.3%보다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일본은행은 금융완화와 엔화 약세를 통해 투자 증가와 수출 기업의 실적 개선을 꾀하고 이것이 임금 인상과 소비 확대로 이어져 물가가 상승하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인 2%대로 올라갔으나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외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지속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금융완화 노선을 지속한다고 설명했다.
구로다 총재는 "임금 상승을 지속해서 이어가기 위해 금융완화를 끈기 있게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완화를 유지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국채이자 부담을 들 수 있다.
일본은행은 이날 회의에서도 10년물 국채금리 변동 허용폭 상한을 0.25%로 하는 정책을 계속한다고 발표했다.
구로다 총재는 10년물 국채금리 방어선을 0.25%에서 더 올릴 것인가라는 질문에 "인상하면 (금융)완화 효과가 약해진다"며 정책을 수정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다른 이유는 금리 상승 시 일본 정부 부채의 대부분인 10년 만기 국채 이자 상환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국채 잔액은 작년 말 기준 처음으로 1천조엔(약 9천700조원)을 넘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1∼2%포인트 올리면 정부의 연간 원리금 부담액이 3조7천억∼7조5천억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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