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왔다갔다…우크라 원전 '더티밤' 될 위험"

입력 2022-06-17 16:19   수정 2022-06-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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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왔다갔다…우크라 원전 '더티밤' 될 위험"
전문가 "국제규정·안전장치 없어 파괴 때 재앙"
"원전시설 주변 전투금지 위해 제도적 방안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이 잘못 떨어지거나 요격된 미사일 파편이 우크라이나 원전에 떨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소련 출신 역사학자인 세르히 플로히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이 시나리오를 더는 간과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플로히 교수는 16일(현지시간)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고에서 "우크라이나 원전이 '더티밤(dirty bombs)'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티밤은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가득 채운 일종의 방사능 무기를 말한다.
인공적으로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일으키는 폭탄이라 생각하면 쉽다.
플로히 교수의 말은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원전 폭발 참사가 벌어지면 그 파괴적인 결과는 더티밤과 같을 수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는 개전 첫날 가동 중단된 옛 체르노빌 원전을 점령한 데 이어 3월 초에는 자포리자 원전을 포격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를 보유한 대규모 원전으로, 유럽에서 가장 큰 원전이다.
플로히 교수는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의 원자로를 하나도 명중시키지 않은 것은 순전히 행운이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행운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플로히 교수는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러시아의 순항 미사일은 우크라이나의 나머지 3개의 원전 상공을 날아다니고 있다"고 우려했다.
플루토늄 생산용 원자로와 달리 상업용 원자로는 군사적 공격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또한 원전을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어떠한 국제 규정도 없다고 플로히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원전 폭발 참사가 벌어졌을 때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누구도 알지 못하며,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플로히 교수는 이제는 각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야기하는 새로운 핵 위협에 대해 각성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원전 시설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엄중히 경고해야 한다"며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원전 시설 주변에서의 전투를 금지하고 현존하는 수백 개의 원자로와 건설 중인 수십 개의 원자로를 전쟁의 영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련 법률 및 제도적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주도적 역할도 강조했다.
플로히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원전에 근본적 의문이 생긴다며 "전쟁에서 보호할 방법을 찾을 수 없다면 새로운 원전을 건설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플로히 교수는 2007년부터 하버드대 '미하일로 흐루세프스키' 석좌교수 겸 우크라이나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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