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크라가 우승한 유럽 최대 가요제…전통적으로 우승국서 차기대회
주최측 "안전 등 요건충족 어렵다 판단"…우크라는 "열 수 있다" 반발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유럽 최대 팝음악 축제인 '유로비전'에서 올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우승해 화제가 된 가운데, 주최측이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내년도 대회를 우크라이나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 개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우승국에서 차기 대회를 열도록 한 관례를 깨는 것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에서 열 수 있다는 점을 피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로비전 주최측인 유럽방송연합(EBU)은 우크라이나에서 차기 대회를 열 경우 대회 운영과 안전 보장을 위한 요구조건 충족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대회에서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샘 라이더가 준우승을 한 점을 고려해 영국 BBC 방송에 대회 개최를 요청했다고 EBU는 설명했다.
1956년부터 열린 유로비전은 TV로 생중계되는 결선 방송에만 매년 시청자 2억명이 몰리는 유럽 최대 가요제다. 전년도 우승팀의 소속 국가에서 차기 대회가 열리는 전통이 있다.
올해 대회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밴드 '칼루시 오케스트라'가 우승했다. 관례대로라면 우크라이나 방송사에 내년 대회 진행권이 주어져야 한다.
EBU는 대회 준비에만 12개월이 걸리고 막대한 인력이 필요한 점 등을 우크라이나에서의 대회 진행이 어려운 이유로 제시했다. 러시아 침공 상황을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우승국의 차기대회 개최가 무산된 건 1980년 이스라엘 공영방송사가 대회 개최 비용을 이유로 진행권을 포기한 게 마지막 사례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EBU의 이번 결정에 강력 반발했다.
올렉산드르 트카첸코 우크라이나 문화 장관은 이미 대회 후보지와 안전 기준 보장 등을 EBU 측에 제공했다면서 "우리는 대회 개최를 위한 요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EBU가 이번 결정을 바꿀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유로비전 2023' 개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신호"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서 대회가 개최되기를 여전히 바란다고 전제하면서도 만약 영국이 최종 개최지로 결정된다면 "우크라이나의 다채로운 문화와 유산, 창조성은 물론 영국과 우크라이나 간의 협력 관계가 대회에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외에 연대 상징 차원에서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에서 개최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또 BBC가 이미 재정삭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대규모 행사인 유로비전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올해 이탈리아에서 열린 대회의 경우 지방정부 예산 수백만 유로가 투입된 데 이어 이탈리아 중앙정부도 예산을 지원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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