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지낸 다바오시서 열하루 먼저 개최…마르코스 대통령 당선인도 참석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딸인 사라(43) 두테르테 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당선인에 앞서 19일 취임식을 했다.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려 한 것이라거나, '러닝메이트'인 마르코스 대통령 당선인과 다른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상징적인 행보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사라 당선인은 이날 오후 자신이 시장을 맡았던 다바오시에서 취임식을 열고 제15대 필리핀 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오는 30일 예정된 마르코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보다 11일 앞선 것이다.
이날 취임식에는 마르코스 대통령 당선인도 참석했다. 부친인 두테르테 대통령도 자리를 함께 했다.
사라 부통령은 다바오시에서 취임식을 한데 대해 자신에게 공직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날 설명했다고 현지 일간 인콰이어러지는 전했다.
그는 지난 2007년 부친이 다바오시 시장일 당시 부시장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어 부친과 시장-부시장직을 주고받으며 두 차례나 시장직을 수행했다.
그녀는 자신이 대통령보다 취임식을 먼저 함으로써 오는 30일 치러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에서는 대통령과 부통령 투표는 각각 실시되지만, 취임식은 함께 치르는 게 관례였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사라 부통령이 관례를 깨고 앞서 취임식을 가진 데 대해 다바오 대학 정치학과 라몬 벨레노 교수는 통신에 아버지 및 마르코스 당선인과도 다른 자신만의 길을 걸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벨레노 교수는 "대통령이 하이라이트인 합동 취임식과 달리 스포트라이트가 온전히 그녀에게 비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시장을 지낸 곳에서 취임식을 함으로써 두테르테가의 고향인 민다나오섬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그녀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라 부통령은 지난 5월 예정됐던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면서 대선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지난해 말 부통령직에 도전하겠다면서 전격적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대선에 출마한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이 그녀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했고, 이후 두 사람은 같은 날 치러진 대통령·부통령 선거에서 나란히 압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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