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은행 퇴출로 정상 거래 어려워 "유럽의 러 천연가스 대금 지급 메커니즘 요구"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아프리카 대륙 정부 간 연합체 아프리카연합(AU) 의장인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이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구입 대금 지급을 대러 제재의 예외로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19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살 대통령은 전날 프랑스 주간지 '르 쥬르날 뒤 디망셰'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살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를 사고) 대금을 지급하고 싶지만, 그게 불가능해지고 있다. 우리는 유럽인들에게 (러시아산) 천연가스, 원유와 같은 메커니즘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이 비(非)EU 국가에 대한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수출을 제재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 주요 은행을 국제 금융결제망에서 퇴출한 조처 때문에 정상적인 거래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등에 대한 대금 결제를 위해 제재에 일부 여지를 남겨뒀듯,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구매와 관련해서도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살 대통령의 주장이다.
그는 "기근 때문에 아프리카가 불안정해지는 건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살 대통령은 지난달 EU 지도자들과 진행한 한 회의 석상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와 운송보험 체결을 꺼리는 보험사들 때문에 아프리카의 곡물·비료 수입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에는 러시아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직후 서방의 제재가 식량 위기의 원인이 됐다고 비판했고, 지난주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에서도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
다만, 프랑스 대통령궁 당국자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러시아산 곡물·비료 수입이 교란된 건 EU의 대러 제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살 대통령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티코는 살 대통령의 대러 제재 완화 주장이 러시아군의 흑해 봉쇄로 무려 2천만t에 이르는 곡물이 우크라이나에 발이 묶인 것과 관련해 유엔과 EU, 미국이 해결방안을 찾는 가운데 나온 점에 주목했다.
한편, EU 지도자들은 23~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식량 위기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참가국들은 현재 진행 중인 식량 위기가 전적으로 러시아 책임이라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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