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 등에 5월 전망 경로 상회"…"당분간 5% 크게 웃돌듯"
"6월 상승률, 5월의 5.4%보다 높아져…3분기, 14년 만에 5% 넘을 듯"
"늘어난 유동성에 가계대출 불어나고 재난지원금까지 더해져"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한국은행은 21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 급등기였던 2008년의 4.7%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향후 물가 흐름은 국제유가 상승세 확대 등 최근 여건 변화를 고려할 때 지난 5월 전망 경로(연간 4.5%)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진단을 내놨다.
지난달 26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에서 4.5%로 크게 올려잡았는데, 실제 연간 상승률은 이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공급과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모두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당분간 5%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가공식품·외식 물가 오름폭 확대로 5월(5.4%)보다 높아지고, 하반기에도 원유·곡물 등을 중심으로 해외 공급요인 영향이 이어져 상반기보다 오름폭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과거 20년 사이 소비자물가 연간 상승률이 4%를 웃돌았던 2008년(4.7%), 2011년(4.0%)과 최근 물가 급등기의 상황도 비교했다.
우선 국제 원자재 가격 측면에서 과거 물가 급등기에는 중국의 제조업, 부동산,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원자재 수요 증가가 물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은 감염병·우크라이나 전쟁·중국 봉쇄조치 등에 영향을 받은 공급망 차질과 친환경 규제 등에 따른 생산시설 투자 부진 탓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더구나 최근 국제 식량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올랐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과거 물가 급등기와 달리 최근 상승기에는 초반부터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소비 개선과 함께 커지는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도 과거보다 강한 편이다.
물가상승 확산지수(근원품목)는 올해 5월 기준 70.1로, 2008년 12월(69.1)과 2011년 7월(68.6)보다 높다.
물가상승 확산지수는 물가상승 품목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개별품목별 상승률(전월 대비)에 따라 점수를 부여해 가중합산한 것이다.
이번 물가 급등기에 유동성이 늘어난 것은 2008년과 비슷하지만, 가계대출이 불어난 가운데 가계 소비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재정 지원(이전지출)까지 더해졌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분기 기준으로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3분기(5.5%)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상승률(5월 5.4%)은 2011년 급등기의 고점(2011년 8월 4.7%)을 넘어 2008년 급등기 고점(2008년 7월 5.9%)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거 급등기와 비교해 최근 물가 여건을 살펴보면, 원유·곡물 등 원자재 가격의 높은 오름세와 환율 상승세, 민간소비 증가세 등이 상당 기간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는 정기적으로 한은이 물가안정 상황을 점검해 결과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것으로, 해마다 6월과 12월 두 차례 발간되고 한은 총재가 직접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용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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