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공공기관 부채·인력 급증 지적
재무위험기관 집중 관리…민간과 경합하는 업무 조정 계획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박원희 기자 = 윤석열 정부가 덩치는 커졌지만 부채도 늘어 부실해진 공공기관에 대해 '고강도 혁신'에 나설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돼왔으나, 새 정부에서는 공공기관 경영의 초점을 부채 축소를 비롯한 재무건전성 강화에 맞출 것으로 보인다.
◇ 尹 "공공기관 혁신, 미룰 수 없는 과제"…대수술 예고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공공기관 혁신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방만 경영을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공공기관 부채는 지난 5년간 급증해 작년 말 기준 583조원에 이른다"며 "부채 급증에도 조직과 인력은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정부에서 늘어난 부채를 공공기관 혁신의 핵심 사안으로 꼽은 것이다.
특히 최근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필요성이 제기된 것과 맞물려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발전·사회간접자본(SOC) 공기업의 방만 경영에 대한 문제가 새 정부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한전의 적자, 회사채 발행 문제와 관련해 "한전이 왜 그렇게 됐나. 한전의 수익이 있을 때는 없었나"라고 반문하면서 "한전 스스로 왜 지난 5년간 한전이 이 모양이 됐는지 자성이 필요하다"라고 직격했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한전 및 자회사들에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며 임원 성과급 반납을 권고하기도 했다.
'민간 주도 경제'를 강조하고 공공부문의 슬림화·효율화를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는 방만한 공공기관에 대해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과도한 부채는 줄이고, 필요 없는 기능은 민간으로 넘기는 방식이다.
◇ 재무위험기관 집중관리, 경영평가로 재무건전성 강화 유도
정부는 우선 재무위험이 높은 공공기관을 따로 추려 집중관리에 돌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그동안 130개 공기업·준정부기관에 대해 경영평가를 통해 재무 상태를 간접적으로 관리하고, 이 중 자산 2조원 이상 또는 정부 손실보전 조항이 있거나 자본잠식 상태인 기관 40곳에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작성하도록 해왔다.
여기에 앞으로는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작성기관 27개(금융형 기관 제외) 중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10여 곳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해 더욱 강도 높은 관리에 들어갈 계획이다.
재무위험기관은 다음 달 중 재무지표, 재무성과, 재무개선 정도를 따지고 민간 신용평가사가 기업 신용등급을 매길 때 활용하는 신용평가기법을 참고해 다음 달 중 선정한다.
선정된 재무위험기관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작성 시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자체 위원회 검증을 거치도록 하고, 연간 출자 총량과 출연 규모를 협의하게 할 방침이다.
또 목표이자율을 설정해 장기채 발행, 부채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입 시기 조정 등 해당 기관 이자 비용 부담 완화 등 경영 효율성 제고도 지원한다.
매년 시행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사회적 가치 비중을 낮추고 부채 등 재무성과 배점 비중은 강화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기능·인력 구조조정, 민간 혁신 지원 노력·성과 등도 핵심 지표로 설정하고 개선도가 높은 공공기관에는 성과급을 더 줄 계획이다.
◇ 민간 경합 업무 정비, 복리 후생 실태 조사
재무 건전성 확보 외에 공공기관의 기능과 역할과 관련한 근본적인 혁신도 진행한다.
공공기관의 연공 서열 중심으로 된 보수 및 인사 체계는 직무·성과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민간 부문과 경합하거나 다른 공공기관에서 수행 중인 업무는 정비하는 등 기능·인력도 조정한다.
스스로 업무·인력을 재조정하는 공공기관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해 자발적인 혁신을 유도할 방침이다.
복리 후생 운영 실태에 대해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혁신지침' 등의 준수 여부도 점검해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공공기관 신설 최소화, 공공기관 분류 재정비, 기타공공기관에 대한 주무 부처 책임 강화 등도 공공기관 개혁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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