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환 25년] ③ "더 번영할 것" vs "역사에서 지워질 것"

입력 2022-06-23 06:00  

[홍콩 반환 25년] ③ "더 번영할 것" vs "역사에서 지워질 것"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다음 달 1일 주권 반환 25주년을 맞는 홍콩 사회는 친중과 반중 두 쪽으로 갈라져 있다.
다만 반중은 이제 현지에서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홍콩 바깥으로 나가서야 공개적으로 존재를 드러낼 수 있다.
대표적인 친중 거물 정치인과 체포 우려에 런던으로 도피한 전 구의회 의원에게 홍콩의 현재와 앞날에 관해 물었다. 모든 질문에 정반대의 답이 돌아왔다.
◇ "국가보안법·선거제 개편으로 안정 회복"
레지나 입(72) 신민당 주석은 23일 "중국이 홍콩에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진정한 애국자만이 홍콩 통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우리의 선거제를 개선한 후 일국양제 25주년을 맞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조치들은 홍콩에 정치적 안정과 함께 법치와 질서, 안전과 안보를 회복시켰다"며 "앞으로 25년도 우리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아래 더 번영되고 안정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입 주석은 "일국양제는 지금껏 잘 유지됐고 대체로 성공했다"며 "중앙정부 당국에 대한 일부 도전에도 홍콩은 활기 넘치고 분리된 경제·금융·사법·생활방식을 유지해왔다. 나는 2047년 후에도 일국양제가 계속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홍콩 첫 여성 보안장관(법무부장관 격) 출신인 입 주석은 2003년 7월 1일 50만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홍콩국가보안법 입안 책임자였다. 당시에는 시위로 법 제정이 무산됐지만 그로부터 17년 뒤인 2020년 결국 중국에 의해 홍콩국가보안법이 제정됐다.
입법회(의회) 4선 의원인 그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도 두 차례 도전한 바 있다.
입 주석은 경찰 출신 강경파가 차기 행정장관을 맡으면서 홍콩이 '경찰국가'가 될 우려가 제기된다고 하자 "전적으로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홍콩인들의 기본권과 자유는 기본법과 법치로 잘 보장돼 있다"며 "차기 행정부가 법치를 준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행정장관과 입법회 의원 선거가 직선제로 전환할 가능성에는 "기본법에 명기된 '보통 선거권'에 대한 약속은 '궁극적 목표'이며 두 가지 전제를 충족해야만 가능하다"며 "실제 상황을 고려하고, 질서 있게 점차적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그러면서 "우리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고려 없이 보통 선거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며 "이전 선거제에서 일부 당선자들은 반중, 반정부, 반발전 세력이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점차 양극화하고 고질적인 사회 문제는 미해결로 남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보편 선거권은 많은 나라에서 잘 작동하지 못했다"며 "실질적인 부작용에 대한 고려 없이 맹목적으로 서구의 사례를 좇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계를 중심으로 원성이 큰 입국자에 대한 호텔 격리 제도에 대해 "여행 편의만을 위해 격리를 폐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우리는 코로나19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중국공산당 통치 아래 머물면 홍콩은 점차 사라질 것"
반면 런던에 있는 카르멘 라우(27) 씨는 "의심할 여지 없이 일국양제는 더 이상 유지되지 않고 있으며 홍콩은 이미 경찰국가가 됐다"고 단언했다.
라우 씨는 2019년 반정부 시위의 물결을 타고 그해 11월 구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한 젊은이 중 한 명이다. 웡타이신 지역구를 20년간 수성한 최대 친중 정당 민주건항협진연맹(DAB) 소속 현역 의원을 꺾고 민주 진영 공민당 소속으로 배지를 달았다.
당시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은 452석 중 392석을 휩쓰는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7월 런던으로 도망쳤다. 당국이 요구한 충성서약을 거부하고 구의원에서 사퇴한 직후다.
라우 씨는 현재 영국으로 이주한 홍콩인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미션 펌'이라는 자선단체에서 동포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조정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중국공산당이 민주 진영 캠프를 탄압하면서 많은 민주 진영 정치인과 전 입법회 의원들이 체포된 후 다음은 내 차례일 것이라는 예감에 도망쳤다"며 "도망쳐 나오면서 아무런 계획도 없었고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다. 그저 어떻게 상황이 진행될 것인지 지켜볼 뿐이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런던에서 열린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행사에서도 마이크를 잡은 그는 현지에 정착한 다른 홍콩인들과 연대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라우 씨는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의 의미는 퇴색했다"며 "앞으로 25년간도 홍콩이 여전히 중국공산당의 통제 아래 머문다면 홍콩은 점차 사라지고 역사에서 지워질 것이며 홍콩 이외 지역 사람들은 한때 '동양의 진주'로 존재했던 홍콩에 대해 잊어버릴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일국양제, 홍콩인이 다스리는 홍콩, 고도의 자치는 주권 반환 당시 50년간 변하지 않을 것임이 보장된 세 가지 최고 가치다. 이 세 가지는 홍콩의 특별지위를 상징하는 동시에 공산주의 이념이 자유로운 홍콩 사회에 강요되지 않을 것임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의심의 여지 없이 일국양제는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콩은 2019년 민주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했을 때부터 이미 경찰국가가 됐다"며 "(당시 진압을 책임진) 존 리의 행정장관 취임은 이러한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고 정부와 중국공산당에 저항하지 말라고 위협하는 전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공직 선거에서 구의회 의원만 직선제로 뽑는다. 2019년 선거에서 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두자 중국은 홍콩 선거제 개편을 통해 행정장관을 뽑는 선거위원회에서 구의원의 몫을 아예 없애버렸다.
또한 충성서약의 대상을 구의원에까지 확대해 50여명의 자격을 박탈했다. 260여명의 의원은 충성서약을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모두 민주 진영 의원이다. 그 결과 홍콩 구의회는 공동(空洞)화 돼버렸지만, 당국은 보궐선거는 필요없다고 했다.
라우 씨는 행정장관과 입법회 의원 선거가 직선제로 바뀔 가능성, 홍콩 민주 진영의 앞날에 대해 "중국공산당은 결코 자신들의 통치 아래 민주주의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점 더 많은 디아스포라(diaspora·고국을 떠난 사람)가 생겨나고 있어 해외에서 홍콩인들의 시민 사회를 재건하는 것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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