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중국 부동산 시장은 냉각중…부양책도 효과 없어"

입력 2022-06-21 17:15  

"뜨거웠던 중국 부동산 시장은 냉각중…부양책도 효과 없어"
최근 대도시 70곳 중 절반 이상에서 신규주택 가격 하락
지방정부 대출금리 인하 등 부양책 내놓지만 '불량 아파트' 등으로 시장 냉랭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1년 전만 해도 뜨거웠던 중국 부동산 시장이 중국 정부의 부양 노력에도 빠르게 냉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중국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보조금 지급, 규제 완화 등의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 주택시장을 되살리려 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4∼5월 중국의 70대 대도시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 신규주택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이는 201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신규주택 판매 건수 역시 60% 가까이 급감했다.
광둥성에 있는 인구 700만명의 항구도시 잔장시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 가장 심한 지역이었다.
이 지역의 부동산 판매업자인 량자 웨이는 작년까지만 해도 하루에만 아파트 3채는 거뜬하게 팔 수 있었지만, 올해 4월에는 5채를 파는 데 그쳤고 5월에는 판매실적이 더 떨어졌다고 NYT에 전했다.
그는 "집값은 내려갔지만 집을 사려는 열기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며 "경기는 좋지 않고, 코로나19 팬데믹의 지속적인 영향이 상황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로 대표되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막대한 부채 문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이후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한 중국 대도시의 고강도의 봉쇄 조치로 더욱 얼어붙었다.
신규주택 매매 급감과 부동산 가격 하락은 부동산에 기반을 둔 중국 국가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주고 부동산 투자에 나선 수백만 중국 가정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관리 등 관련 산업을 포함한 건설 부문은 중국 경제의 버팀목인데,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위기감을 느낀 중국 정부는 부동산 부양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먼저 지난달 중국 은행들은 2019년 새로운 금리제도가 시행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했다.
쓰촨성 메이산시는 올해 말까지 신규주택 구입시 보조금을 주기로 했고, 저장성 원저우시는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 한해 첫 3년간은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만 낼 수 있게 허용했다.
안후이성의 화이난시는 은행에 대출액은 늘리고 대출승인 기간은 단축하라고 명령했고, 주택 최초 구매자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계약금 요건도 완화하도록 했다.
수도 베이징시도 지난 3월 부동산에 재산세를 매기려는 시범사업을 일단 중단했다.

NYT는 이런 주택 구매 촉진책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헝다 사태 이후 시장에 쏟아진 '조잡한 아파트'로 인해 주택 수요가 더 얼어붙고 있다고 진단했다.
헝다는 작년 말 채권단에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고, 이 사태 이후 12개 이상의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정부는 이들 업체에 기존에 시행하던 공사를 마무리하라고 압박했으나 이후 시장에는 마감이 불량한 저급 아파트가 쏟아져 나왔다.
헝다가 분양한 아파트를 구매한 허 치앙은 "아파트에는 아직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엘리베이터도, 나무 바닥도 설치되지 않았다"며 "창문은 새고 야외 공간에는 주민을 위한 인도가 없고 나무도 없다"고 전했다.
부동산 회사의 관리자인 루이스 리는 개발사들의 재정 문제가 품질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지금 아파트를 사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두 번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헝다가 유동성 문제에 직면했을 당시 아파트 완공을 기다리고 있던 구매자는 약 160만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withwi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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