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연합 "지금까지 2명 사망"…100여명 부상 등 피해 속출
유가인상에 항의, 전국 곳곳서 아흐레째 농성
(서울=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남미 에콰도르에서 유류 가격 인하와 농산물 적정가 보장 등을 요구하며 열흘 가까이 계속된 반정부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면서 2명이 숨지는 등 유혈사태까지 발생했다.
로이터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에콰도르 중부에 있는 푸요 시에서 원주민 시위대가 도로 봉쇄 시위를 하던 중 경찰 진압대원과 충돌, 키추아 원주민 남성 1명이 사망했다.
지역 인권단체 연합의 리나 마리아 에스피노사 변호사는 이 원주민이 얼굴에 최루탄을 맞고 숨졌다고 AFP에 전했다.
지역 한 원주민 지도자는 수도 키토 인근에서도 시위에 참가한 40세 남성이 군·경을 피해 달아나다가 협곡에 빠져 사망했다고 말했다.
13일부터 전국 각지에서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에콰도르토착인연맹(CONAIE)은 정부의 지나친 강경 진압으로 지금까지 100명 넘게 다쳤다고 밝혔다. 체포된 사람은 80명에 육박한다고 덧붙였다.
원주민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는 휘발유(갤런당 2.55→2.10달러)·경유(1.90→1.50달러) 고정 가격 인하, 영세 농업인 대출 상환 유예, 농산물 적정 가격 보장 등 총 10가지 요구사항을 기예르모 라소 정부에 제시하며 무기한 집단 농성을 벌이고 있다.
최근 며칠간 키토에는 1만명 넘게 모였다. 이들은 도로에 나뭇가지를 쌓아두고 불을 지르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이다 경찰 최루가스 공격을 받기도 했다.
키토를 포함하는 피친차 주 등 일부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에콰도르 정부는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대응 수위는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최근 루이스 라라 국방부 장관은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시위대가) 에콰도르 국민 대다수의 자유로운 이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시위대를 향해 "헌법 질서를 어지럽히는 시도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에콰도르 원주민은 110만 명으로 전체 인구 1천770만명의 6%가량이지만, 과거 몇 차례의 대규모 시위로 적잖은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했다.
1997년, 2000년, 2005년 3명의 에콰도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퇴진하게 된 것에도 원주민 시위가 큰 역할을 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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