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독일이 러시아의 가스공급 축소에 대응해 내달 8일 가스 비상공급계획 경보를 비상 단계로 상향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정부는 최대 5년간 가스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며, 심각한 경제위기가 닥칠 것을 우려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연방하원 에너지위원회에서 약 2주 후인 내달 8일에 가스 비상공급계획 경보를 현행 1단계인 조기경보 단계에서 2단계인 비상경보 단계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이 참석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 16일부터 발트해를 관통해 독일까지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을 60% 축소한 바 있다.
내달 8일로 시행 시기가 정해진 이유는 이날 연방상원이 열려 비상경보 단계의 근간이 되는 에너지안전법과 대체발전소준비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들 법안이 시행되면 석탄발전소가 예비역에서 벗어나 가스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게 돼 천연가스가 산업계나 난방에 활용될 수 있게 된다.
또 에너지 공급업체들은 가스가격 상승분을 산업체나 도시공사 등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게 된다.
독일의 에너지 비상공급계획 경보는 조기·비상·위급 등 3단계로 구성돼 있다. 경보가 2단계로 상향조정되는 것은 상황이 긴박해진다는 의미다.
독일 정부는 앞서 지난 3월 30일 가스 비상공급계획 1단계인 조기 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러시아가 이튿날부터 가스 경제 대금을 자국 화폐인 루블화로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가스공급이 끊길 가능성에 대비한 조처였다.
비상공급계획 경보가 최종 3단계인 위급 단계로 상향조정될 경우 국가가 직접 개입한다.
이때는 연방에너지공급망담당청이 산업체에 가스배분을 할 권리를 갖게 된다. 가계나 병원, 안전인력 등은 이런 관리대상에서 제외된다.
독일 경제기후보호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하베크 부총리의 발언에 오해가 있다며, 실제 현 상황에 따라 경보 상향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 대표인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전날 ZDF 방송에 출연해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물가상승률 때문에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경제위기가 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내 걱정은 우리가 수주, 내지 수개월 후 아주 우려스러운 상황에 직면하리라는 것"이라며 "부족한 상황은 3년, 내지 4년 또는 5년까지 계속될 수 있고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아직 가동이 가능한 3개 원전의 가동 연장을 비롯해 모든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독일 신호등(사회민주당-빨강·자유민주당-노랑·녹색당-초록) 연립정부는 이날 가스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자민당은 독일 내 3개 원전의 가동 연장에 대해 최소한 검토를 해볼 것을 촉구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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