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향해 "지금은 전시, 국제적 위기…가격 낮춰야" 직격
전문가들, 유류세 면제 효과에 '의문'…일부 민주의원도 부정적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김경희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유류 가격과 관련, 의회에 향후 3개월간 연방 유류세를 면제하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을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연방 유류세보다 더 높은 세율이 부과되는 주(州) 유류세도 일시적으로 면제해줄 것을 각 주에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행한 대국민연설에서 이같이 밝히고 "유류세 면제가 (가계의) 모든 고통을 줄이지는 않겠지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유업계에는 정유시설 가동을 늘려 석유제품 공급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내 일을 할 뿐"이라며 "의회와 주 정부, 기업들도 그들의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해 입법부와 업계를 동시에 압박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은 유가 문제로 나를 비난하고 있다"며 "당신들은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인가? 푸틴이 강철 주먹을 휘두르는데 기름값을 낮추는 게 더 낫다는 말인가?"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유가 상승의 원인으로 거듭 지목했다.
그는 주유소를 운영하고 유가를 결정하는 업계를 향해 "지금은 전쟁 시기이며, 국제적 위기이고, 우크라이나가 있다. 이는 평시가 아니다"라며 "가격을 낮추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휘발유에 대한 연방유류세는 갤런(3.78L)당 18.4센트, 경유의 경우 24.4센트부과되며, 이를 면제하기 위해선 입법을 통한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백악관은 연방과 각 주의 유류세 면제분이 그대로 가격에 반영될 경우 약 3.6%의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백악관은 유류세 면세분을 즉각 가격에 반영하고 정유업체에 대해 원유 처리 능력을 확대하도록 요구함으로써 휘발윳값을 갤런당 최대 1달러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의회에선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은 물론 일부 민주당 소속 의원들조차도 이 유류세 면제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입장을 유보하고 있어 의회에서 관련 입법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이와 관련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의회 차원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모호한 입장만을 내놓았다.
경제학자들은 유류세 면제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치솟던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세 면제 주장에 대해 "정치인들의 보여주기식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오바마 대통령 후보의 부통령 후보 러닝메이트였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3월 단행한 역대 최대 규모의 전략비축유 방출도 지금까지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류비가 치솟으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고유가로 인해 경제 전망이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과반 의석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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