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공동연구…"30년새 최소 197차례 국경 넘어"
고위험국 중심으로 예방조치 강화할 필요성 제기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에서 발생한 항생제 내성 티푸스균이 최근 30년 사이 197차례나 국경을 넘어 세계 각국으로 전파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대와 방글라데시 아동보건연구재단, 인도 기독의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장티푸스를 유발하는 티푸스균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이러한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진은 장티푸스 피해가 극심한 방글라데시와 인도, 네팔, 파키스탄 등 4개 남아시아 국가에서 2014~2019년 발생한 장티푸스 사례 3천489건을 분석한 뒤 113년간 세계 70개국에서 수집된 유사 샘플 4천169건과 대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는 관련 연구 중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분석 결과 파키스탄을 제외한 나머지 남아시아 국가에선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써도 죽지 않는 다제내성균의 발생 빈도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항생제 내성 티푸스균이 국경을 넘어 여타 지역으로 전파된 사례가 1990년대 이후 최소 197차례에 이른다는 증거가 나왔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국제 전파 사례가 최소 138차례, 대륙 간 전파 사례가 최소 59차례였다"면서 "가장 흔한 사례는 남아시아 국가 간 전파, 남아시아에서 동남아·동아프리카·남아프리카로의 전파였다"고 말했다.
또, 여행자 등을 통해 영국과 미국으로 항생제 내성 티푸스균이 전파된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세계 보건의료계는 최근 수년간 이른바 '슈퍼버그'로 불리는 다제내성균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항생제 남용 등으로 내성을 지니게 된 균이 확산할 경우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일부 연구에선 항생제 내성균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의 수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 수를 넘어섰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논문의 제1 저자인 제이슨 앤드루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정말로 걱정해야 할 사항"이라면서 고위험 국가를 중심으로 예방 조처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티푸스균의 국제 전파가 그렇게 여러 차례 발생했다는 건 티푸스균 통제와 항생제 내성 문제를 국내적 사안이 아닌 전 세계적 사안으로 봐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사하라 이남과 오세아니아 지역의 샘플이 포함되지 않고, 전체 발병사례의 일부만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실제 티푸스균의 국제전파 상황은 이번 연구에서 드러난 것보다 훨씬 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티푸스는 매년 10만명이 넘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이번 연구결과는 21일 의학저널 '랜싯 미생물'에 게재됐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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