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잔해서 맨손 구조작업…'속수무책' 탈레반, 국제사회에 SOS

입력 2022-06-23 18:30  

강진 잔해서 맨손 구조작업…'속수무책' 탈레반, 국제사회에 SOS
교통 불편·장비 부족에 악천후까지…탈레반 "지원 크게 확대돼야"
파키스탄 등 구호 나서…공항·의료 인프라 열악해 지원 어려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에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5.9의 강진으로 1천명 이상이 숨지고 2천채의 가옥이 무너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조작업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3일 AP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번 지진이 강타한 아프간 남동부 파크티카주 등에서는 장비가 부족해 맨손으로 잔햇더미를 헤치며 구조작업을 진행하는 등 현지 상황이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구조대의 현장 접근도 쉽지 않다.
피해 지역 대부분이 교통이 불편한 산간 지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 정부는 구조와 수색을 위해 헬리콥터를 동원했지만 강풍과 비바람 때문에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진으로 인해 통신망마저 파괴되면서 구조대와 당국 간 정보 교환에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모함마드 아민 후자이파 파크티카주 문화공보국장은 AFP통신에 "네트워크 상황이 좋지 않아 지상의 정보를 얻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지역에 전날 폭우가 쏟아지면서 홍수까지 겹쳐 현장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구조 작업이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집권 세력인 탈레반은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대형 재난을 감당할 만큼 행정력을 갖추지 못한데다 서방의 제재 등으로 국제기구의 현지 구호 활동도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내전이 계속된 아프간은 지난해 8월 탈레반 재집권 후 이미 심각한 경제난에 빠진 상황이다.
한 주민은 BBC뉴스에 "두 대의 헬리콥터가 도와주러 왔지만, 시신을 옮기는 것 외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분명치 않다"며 탈레반 정부의 구조 작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탈레반은 결국 국제사회에 손을 내밀며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탈레반 정부 고위 관리인 아나스 하카니는 지진 발생 직후 "국제사회와 구호단체가 심각한 상황에 부닥친 우리 국민을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여러 NGO(비정부기구)들은 현지 인력을 총동원해 보건의료팀과 의약품, 의료장비를 지진이 발생한 파크티카주와 호스트주에 배치하는 등 구조 지원에 나섰다.
인접국 파키스탄도 피해 지역에 군 헬기를 파견했고, 의료 캠프도 설치해 지원을 벌이고 있다. 이란과 카타르 등도 구호품을 실은 비행기를 보냈다.
압둘 카하르 발키 탈레반 정부 외교부 대변인은 적십자사 등 국제사회의 지원 약속에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도 "지원이 매우 큰 규모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재난은 수십 년간 겪지 못했던 파괴적인 지진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데도 여러 걸림돌이 있는 상황이다.
탈레반 집권 후 의료진 등 핵심 구호 인력이 많이 빠져나간데다 의료 인프라도 더욱 열악해졌기 때문이다.
구조에 투입할 헬리콥터 등도 부족하고 외국 인력과 장비가 유입돼야 하는 카불 국제공항 등은 과거 수준으로 정상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또 인도적 지원 자금이 탈레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우려하는 일부 국가와 구호단체들은 현금 등을 통한 적극적 지원에 소극적인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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