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민은행 "과도한 유동성 공급 안한다"…인플레 경계

입력 2022-06-24 10:32  

中 인민은행 "과도한 유동성 공급 안한다"…인플레 경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고위 당국자가 지나친 유동성 공급을 하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경계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공개적으로 내놨다.
24일 신경보 등에 따르면 천위루 인민은행 부행장은 전날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 주최로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통화량을 조절하는 갑문을 잘 통제하는 가운데 대수만관(大水漫灌)을 하지는 않음으로써 인민들의 지갑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대수만관은 경작지에 물을 가득 대는 관개법을 말하는데 중국 당국자들은 유동성 공급이 지나친 상황을 언급할 때 이 비유적 표현을 자주 쓴다.
유동성 공급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해 인민의 지갑을 지킨다는 말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확산으로 큰 충격을 받아 추가 금리 인하, 특별국채 발행 등 더욱 강력한 경기 부양책에 관한 기대감이 상당하지만, 중국 당국은 최근 선제적 물가 관리의 필요성을 부쩍 강조하면서 강력한 추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데 신중을 기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경제 수장인 리커창 총리는 지난 21일 허베이성 시찰 때 "우리는 줄곧 온건한 통화 정책을 펴는 가운데 돈을 지나치게 풀지는 않았다"며 "향후 더욱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고,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정책에 공간을 남겨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 국무원은 지난 15일 리 총리 주재 회의에서 "경기 사이클 조절에 집중하고 (정책) 강도를 과감하게 높여 필요한 안정 정책을 제때 내놓을 것"이라면서도 "화폐를 지나치게 찍어내지 않고, 미래를 미리 당겨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물가는 코로나19 확산과 도시 봉쇄 등에 따른 소비 충격 속에서 주요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는 낮은 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곡물과 에너지 상품 가격 급등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중국 당국은 시차를 두고 중국에서도 물가 상승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이 이달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등 공격적 긴축에 나서 미중 통화정책 탈동조화(디커플링) 심화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커진 점도 중국 당국의 추가 완화 정책 결정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경기 급랭이 본격화한 작년 12월 이후 중국은 세계적 긴축 기조와 반대로 기준금리 성격의 대출우대금리(LPR)와 지준율을 잇따라 내렸지만 미국이 본격 긴축에 나서면서 이제 계속 완화 기조를 펴는 데에는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이 집권 이후 부채 감축(디레버리징)을 통한 금융 위기 사전 예방을 핵심 경제 정책 기조로 삼아온 가운데 2020년 우한 사태 이후 중국의 부채 비율이 지속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나라 전체의 장기적 발전 추세를 중요하게 여기는 중국공산당과 정부가 크게 우려하는 점이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중국의 총부채비율은 272.5%로 2016년 말보다 23.9%포인트 올랐다.
전문가와 기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격이 장기간 이어져 중국이 올해 목표한 경제성장률 5.5%를 달성하기는커녕 우한 사태 때인 2020년의 2.3%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4월 급속히 악화한 각종 지표가 상하이 봉쇄 완화가 시작된 5월부터 점차 개선되면서 중국 당국 내부에서는 일정한 안도감이 생기면서 경기 안정 외에도 물가 안정 등 다양한 정책 목표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기류가 점차 강해지는 분위기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2일 브릭스(BRICS) 국가 비즈니스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2022년 사회·경제 발전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언급해 심각한 경제 충격 속에서도 5.5%의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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