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해 국가인 에스토니아 카야 칼라스(45) 총리가 최근 장기화 가능성이 점쳐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법을 놓고 서방 국가들의 시각이 갈리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단합된 대응을 촉구했다.
칼라스 총리는 23일(현지시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그들은 전장에 보낼 군대가 아직 많고 그들이 잃은 병사들이 얼마인지 세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2008년 조지아의 남오세티야 지역을 사실상 자국 땅처럼 만든 데 이어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영토인 루간스크주·도네츠크주에 친러시아 정부를 만들고 크림반도까지 합병한 뒤 이번 전쟁에 나선 점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조지아와 돈바스, 크림반도에서 했던 것과 같은 실수를 다시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협상으로 평화를 얻는 게 목표라고 말하면서 이미 세 번이나 실수를 저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칼라스 총리는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럽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 사이에 대러시아 제재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하는 등 점차 단결력이 느슨해지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후 최근까지도 유럽은 단합된 제재를 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유럽 국가들이 단합하기가 어려워지겠지만 민주주의에선 정상적인 현상이며, 토론을 거듭하며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산 가스 금수 조치가 오히려 가격 상승을 부추겨 러시아에 더 많은 이익을 안겨준 것처럼, 제재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쳐 러시아에 버틸 힘을 주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칼라스 총리는 내다봤다. 제재가 성공을 거두려면 이른바 '전략적 인내'가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전투 중인 러시아 군인들이 가족에게 '여기서 하는 일은 괜찮아'라고 말한다면 푸틴 정권뿐 아니라 러시아 국민들도 전쟁을 버티고 있는 셈"이라며 "러시아 국민들도 (전쟁의 악영향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4년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일부 지역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이미 1만4천명이 숨졌는데도 처벌되지 않았다면서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대량 학살을 시도한 이들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칼라스 총리는 중도 우파인 개혁당을 이끌며 2021년 1월 에스토니아의 첫 여성 총리가 됐다. 그는 원활한 국정 추진을 위해 다음 달 정당간 합의 도출을 목표로 연정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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