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인플레이션·공급망 혼란·中 도시봉쇄로 성장 타격
모건스탠리 "경기후퇴 확률 50% 미만…가벼운 경기침체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미국과 유럽의 경기지표가 부진을 나타내는 등 경기후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진단했다.
특히 식품·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해 다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속하게 약화하고 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 장기화로 물가 급등과 그에 맞선 기준금리 인상, 공급망 혼란, 중국의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위한 도시 봉쇄 등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성장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선 올해 겨울철 에너지 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독일이 가스 배급제를 실시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날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제한함에 따라 향후 동절기에 상황이 악화하면 가스 배급제 실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 침체 조짐은 각종 경제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경제정보 기업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미국의 제조업·서비스업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월 53.6에서 6월 51.2로 떨어졌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PMI도 5월 54.8에서 6월 51.9로 하락했다. 이 지수가 50.0을 초과하면 경기 확장을, 그 미만은 경기 위축을 나타낸다.
미국 소매판매도 지난 5월에 올해 들어 처음 줄었고, 주택 판매도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업체인 프레디 맥에 따르면 평균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5.81%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동월 대비 8.6% 올라 1981년 12월 이후 40년 5개월 만에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5일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3일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을 때까지 금리 인하로의 전환을 꺼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S&P글로벌의 수석 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 크리스 윌리엄슨은 미국 경제 성장률이 6월에 연율 환산 기준 1% 미만으로 낮아진 뒤 3분기에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유럽의 2분기 성장률은 0.2%로 1분기(0.6%)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윌리엄슨은 유럽의 6월 경기 하락은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이후 가장 급격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시장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WSJ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완화된 이후 기업들이 고용을 늘려왔으나 최근 채용 속도가 느리다면서, 수요 둔화로 기업들이 퇴사 직원의 후임을 뽑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잭 앨런 레이놀즈는 "물가 지표들이 여전히 극도로 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유로존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후퇴 속 물가상승) 시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리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기존 3.5%와 2.3%에서 각각 2.2%와 1.1%로 낮췄다.
유로존에 대해서는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경기후퇴에 빠질 것으로 예측하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0.5%로 내렸다.
이런 가운데 모건스탠리의 미국 주식 수석 전략가 마이클 윌슨은 이날 블룸버그 TV에 나와 미국 경기후퇴가 불가피하다는 월가의 목소리에 합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경기후퇴 가능성은 여전히 50% 미만이라고 전망했다.
윌슨은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졌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도 "은행 시스템이 매우 안전하고 기업도 자본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대차대조표도 양호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기가 이 수준으로 하락하면 '가벼운 경기후퇴'가 예상되지만, 금융 상황은 계속해 경제를 지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ji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