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전 세계 식량 위기가 앞으로 2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서방 정부 당국자들이 경고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방 각국은 세계 최대 밀 수출국으로 '유럽의 빵 바구니'란 별명을 지닌 우크라이나의 식량 생산 및 수출이 상당 기간 정상화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러시아가 부설한 기뢰로 흑해 연안의 우크라이나 주요 항구가 봉쇄된데다 도로, 교량이 파괴되고 농업 기반 시설이 폭격을 당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당장 우크라이나의 올해 곡물 수확량은 전쟁 여파로 작년도의 60%에 머물 것으로 서방 당국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 당국자는 "당장 내일 종전하더라도, 세계 식량 위기는 2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전쟁이 계속된다면 더 오랜 기간 식량 공급난을 겪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바닷길이 가로막힌 상황에서 육로를 통해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운반하려고 해도 도로나 철도의 운송능력이 필요한 규모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빼앗긴 주요 수출항을 되찾는다고 해도 러시아군이 부설한 기뢰를 제거하는 데만 수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서방을 압박할 목적으로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수출을 막아 의도적으로 식량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실제, 우크라이나에는 현재 1천800만t 상당의 곡물이 수출되지 못한 채 묶여 있다.
이와 관련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영연방(Commonwealth) 정상회의 참석차 르완다 수도 키갈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인질로 삼고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서방은 러시아·우크라이나·터키·유엔 4자 회담을 열어 흑해 바닷길을 여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치열한 전투를 이어가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합의안이 도출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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