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 아래 아무도 없어" 주장…역량부족 속 부상자 치료 집중
사망자 수 1천여명 재확인…구호단체도 대피시설 지원 등에 집중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강진 관련 구조 작업이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탈레반 정부 재난관리부 대변인인 모함마드 나심 하카니는 24일 로이터통신에 당국은 이번 지진 관련 생존자 수색 작업을 종료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수색 종료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지진 피해 지역인 파크티카주 탈레반 최고 군사령관 대변인인 모함마드 이스마일 무아위야도 전날 오후 "구조 작업이 끝났다"며 "아무도 잔해 아래에 갇혀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하카니는 "약 1만채의 가옥이 부분 파손 또는 전파됐다"며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천명 이상이라고 재확인했다.
그는 중상자를 포함해 약 2천명이 다쳤다며 "보건당국은 충분한 의약품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구호품과 다른 용품들이 필요한 상태"라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아프간 톨로뉴스는 전날 탈레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파크티카주와 호스트주의 사망자 수가 1천100명으로 늘었고 부상자 수도 1천600명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3일 오전까지 구조 작업을 통해 목숨을 건진 이들의 수는 약 1천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망자 수가 1천명이 넘고 1만채의 가옥이 파괴될 정도로 피해가 큰 상황에서 강진 발생 바로 다음 날 구조 작업이 마무리됐다는 점은 의아하게 여겨지는 대목이다.
특히 피해 지역 교통 사정이 매우 열악해 구조대의 접근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장비 부족으로 맨손으로 잔해를 뒤지며 생존자를 수색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탈레반의 구조 작업 완료 선언은 지나치게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2015년 네팔 강진 구호 작업에 참여했던 관리들은 로이터통신에 구조 작업이 이렇게 빨리 끝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며 "만약 파괴된 가옥 대부분의 규모가 작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이 이런 판단을 한 것은 재난 대응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잔해 수색보다는 생존자 치료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현지 부상자 수가 1천6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탈레반 정부 재난관리부는 현지 톨로뉴스에 "부상자 가운데 1천명 이상은 위중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의 아프간 지부장 이자벨 무사르 카를슨은 뉴욕타임스에 "지역 당국은 국제기구에 수색·구조 작업이 90% 끝났다고 말했으며 구호 단체도 대피시설 지원과 생존자 간호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규모 5.9의 이번 지진은 아프간 남동부 파키스탄 국경 인근의 파크티카주를 중심으로 주변 호스트주 등을 강타했다.
한밤중에 예상치 못한 강진이 엄습하자 잠을 자던 주민들은 무방비 상태로 고스란히 피해를 봤다.
특히 현지 주택은 대부분 엉성하게 지은 흙집이라 강진 충격에 모래성처럼 무너져내렸고 주민들은 그대로 잔해에 깔렸다.
인접한 파키스탄에서도 집이 무너지면서 1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강진 소식이 알려진 후 세계보건기구(WHO) 등 여러 국제기구와 파키스탄, 한국, 이란, 터키 등 여러 나라는 구호물품과 인도적 지원금 등을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 정부는 대형 재난을 감당할 만큼 행정력을 갖추지 못한데다 서방의 제재 등으로 국제기구의 현지 활동도 크게 위축된 상태라 구호 작업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압둘 카하르 발키 탈레반 정부 외교부 대변인은 적십자사 등 국제사회의 지원 약속에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도 "지원이 매우 큰 규모로 확대돼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수십 년간 내전이 계속된 아프간은 지난해 8월 탈레반 재집권 후 더욱 심각한 경제난에 빠진 상황이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