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유예한 뒤 재판부에 다시 요청…"빨리 조사해야"
두테르테 거취에 '주목'…"대통령 퇴임 후에도 마약범죄 근절에 앞장설 것"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주도한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조사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카림 칸 ICC 검사장은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조사를 재개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해 9월 ICC는 마약과의 전쟁을 반인류 범죄로 규정하고 정식 조사에 나서겠다는 검사실의 요청을 승인했다.
이에 필리핀 정부가 같은 해 11월 10일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면서 유예를 신청하자 칸 검사장은 이를 수용한 바 있다.
그러나 칸 검사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필리핀 정부의 유예 요청은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조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대대적인 마약 범죄 소탕 작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6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인권 단체들은 필리핀 경찰이 초법적 처형을 자행했다고 규탄해온 반면 경찰은 용의자들이 무기를 들었기 때문에 무력 대응이 불가피했다고 맞서왔다.
한편 두테르테가 퇴임 후에도 자신이 주도한 마약과의 전쟁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게 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9일 실시된 대선 전에 두테르테와 여러 차례 만났고 마약과의 전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충고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두테르테에게 대통령 퇴임 후 마약 범죄 대응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기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크리스티안 아블란 대통령실 부대변인도 지난달 27일 두테르테가 마르코스 정부에 합류하기를 원할 경우 법적인 걸림돌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두테르테는 마약과의 전쟁을 정당화하면서 퇴임 후에도 마약 범죄 근절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앞서 필리핀은 2016년 7월 ICC에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그러나 ICC 검사실이 2018년 2월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예비조사에 들어가자 사법처리를 피하기 위해 2019년 3월 전격 탈퇴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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