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 펀드에 입금 확인…외국 특정 고위인사와 유착 의심"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영국의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찰스 왕세자가 카타르 왕족의 유력 정치인에게 300만유로(40억9천만원)를 현금으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찰스 왕세자는 2011년부터 2015년 사이에 세차례에 걸쳐 카타르의 셰이크 하마드 빈 자심 알사니 전 카타르 총리로부터 100만 유로(약 13억6천만원)씩 돈뭉치를 받았다.
영국 왕실은 기부 등을 받을 때는 수표로 받아야 하는 규정이 있는데 굳이 은밀히 현금 다발로 채워진 돈가방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 돈의 용처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셰이크 하마드 전 총리는 2007~2013년 카타르 총리를 맡아 국부펀드를 주무르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찰스 왕세자에 전달된 돈가방은 서류가방부터 여행용 가방, 포트넘&메이슨 캐리어 백 등으로 다양했다. 포트넘&메이슨은 영국 왕실에 식료품과 차를 독점 공급하는 유명 백화점이다.
왕세자는 셰이크 하마드 전 총리와 일대일로 만날 때 돈가방을 받았는데, 2015년에는 자신의 거처인 클래런스 하우스에서 돈을 건네받았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클래런스 하우스 대변인은 성명에서 "2015년 면담에서 받은 돈은 즉시 왕세자의 자선단체로 전달됐고 이후에도 돈은 적법하게 처리됐다"고 해명했다.
더타임스는 모든 돈은 왕세자의 자선 펀드에 입금된 것으로 확인됐고 왕세자의 돈 수수와 관련해 불법 소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영국 왕실은 규정상 후원이나 기부를 받을 땐 수표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현금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찰스 왕세자가 외국의 유력 정치인에게 석연치 않은 현금 돈가방을 받았다는 사실은 왕위 승계를 앞둔 왕세자에 대한 평가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더타임스는 평가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왕실 공식 일정표에는 없었다.
찰스 왕세자는 영국의 외교 정책에 관여하면서 세계 외교무대에서 영국을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비중있는 인사가 한 국가의 유력 정치인과 지나치게 유착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외교정책상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셰이크 하마드는 한때 재산이 120억달러(15조5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 바 있는 세계 거부 중 한명이다. 특히 해로즈 백화점과 영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더 샤드' 등 런던 고가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해 '런던을 산 사나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금도 주로 런던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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