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아르헨티나 브릭스 가입 신청…중러 세몰이 속도(종합)

입력 2022-06-28 16:05  

이란·아르헨티나 브릭스 가입 신청…중러 세몰이 속도(종합)
중러 '개발' 화두로 외연확대…美 '가치동맹'에 맞불
전문가 "미중 전략경쟁 속 양측 진영화 작업 구체화"


(서울 베이징=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한종구 특파원 =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브릭스(BRICS. 중국·러시아·브라질·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에 이란과 아르헨티나가 가세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이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보편가치'를 고리로 동맹국과 파트너들을 규합해 대(對)중국 포위망을 넓히는 데 맞서 중국과 러시아가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지지 세력 확대에 나선 가운데 나오는 움직임이다.
미·중 전략 경쟁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구도 아래서 양측의 진영화 작업이 구체화하는 과정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이 브릭스 가입 신청서를 최근 제출했다고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27일(현지시간) 밝혔다고 로이터,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이드 대변인은 이란이 브릭스에 가입하는 게 "양측 모두에 더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아르헨티나도 브릭스 가입을 신청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이와 관련한 언급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다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최근 브릭스 가입을 희망한다고 표명한 바 있다.
이란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여왔다.
핵 합의 복원을 희망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4월 핵 합의 복원 협상이 시작됐지만, 협상이 9부 능선을 넘어선 상태에서 지난 3월 이후 교착 상태에 빠졌다.
아르헨티나는 2019년 중도좌파 성향의 페르난데스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관계가 악화일로다.
중국은 미국이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와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의체)에 이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을 통해 압박을 강화하자 개도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브릭스 외연 확대를 추진해오고 있다.
브릭스 정상들은 지난 23일 의장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화상 방식으로 열린 회담을 마치고 내놓은 '베이징 선언'에서 "우리는 토론을 통해 브릭스 회원 확대를 추진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천명했다.
브릭스 정상회의 다음 날인 지난 24일 '브릭스 플러스(+)' 포맷으로 열린 '글로벌발전 고위급 대담회'에는 동남아 및 남태평양 지역 5개국(인도네시아·캄보디아·말레이시아·태국·피지), 아프리카·중동 5개국(알제리·이집트·이란·세네갈·에티오피아), 중앙아시아 2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중남미 1개국(아르헨티나) 등 13개국 정상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 이란과 아르헨티나가 브릭스 합류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 리커신 중국 외교부 국제경제사(司) 사장(국장급)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인도네시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르헨티나 등 5개국이 브릭스 참여 의사를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아르헨티나와 사우디가 브릭스 가입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1, 2위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가 포함된 브릭스 5개국은 세계 인구의 40%를 넘고,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4%, 무역의 16%를 각각 차지한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와 '글로벌발전 고위급 대담회'는 서방의 유럽연합(EU) 정상회의(24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26~28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29~30일)와 비슷한 시기에 열리며 신(新)냉전으로 불리는 미·서방과 중·러 간 대립 양상이 더욱 부각됐다.
한국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는 지난 2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미·중 전략 경쟁 구도 아래서 양측이 각자 진영을 구축하고, 자신들의 규범과 질서를 그 진영 내에서 확립해 나가는 한편 진영 안에서 이익을 공유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이 IPEF를 창설해 진영 내 경제적인 규범과 질서를 확립해 나가려 하자 중국도 그에 대응해 브릭스를 '브릭스 플러스'로 확대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등 진영화의 구체화 과정이 나타나고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세계의 진영화가 구체화하는 가운데 미·중은 상호 배타적인 반면 양 진영에 참여하는 동남아 등의 일부 국가들은 두 진영에 동시에 발을 걸치며 자신의 생존과 이익을 도모하려 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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