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체스연맹(FIDE) 회장 자리를 놓고도 맞붙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80여개국을 회원으로 둔 FIDE 회장을 놓고 러시아 부총리 출신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현 회장과 우크라이나의 '체스 그랜드마스터' 안드리 바리시폴레츠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FIDE 차기 회장 선거는 8월 7일 인도 첸나이에서 열리는 '제44회 체스 올림피아드'에서 진행된다.
전쟁 중인 양국 출신 후보가 회장직을 두고 맞대결을 펼치게 되면서 어떤 국가가 체스계에서 기선을 제압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FIDE 회장은 4년간 전 세계의 체스 스포츠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체스 최강국'이라는 자부심이 있어 우크라이나인 후보가 회장이 된다면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영국 BBC방송은 현재로선 드보르코비치 회장이 우세한 판세라고 전했다. 하지만 국제적인 비판을 받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표심의 변수로 떠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드보르코비치 회장의 태도는 오락가락했다.
FIDE는 러시아의 침공 직후인 3월에만 해도 이를 규탄하고 러시아 정부와 관계된 기업의 지원을 끊어냈으며 러시아 팀을 금지하면서 국제적 흐름에 동참했다.
드보르코비치 회장 본인도 "내 마음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몇 주만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파시즘에 대항해 군사 작전을 벌이고 있다"며 입장을 정반대로 바꿨다.
그와 경쟁하는 우크라이나의 '체스 영웅' 바리시폴레츠는 FIDE가 정치·경제적으로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드보르코비치 회장을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는 FIDE를 평판 세탁에 쓰는 '소프트 파워'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스와 정치가 얽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소 냉전 중 열린 1972년 월드 체스 챔피언십에서는 미국과 소련 대표가 경쟁했다. 미국의 승리로 끝난 이 경기는 동서 냉전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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