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1명 사망 후 대통령 "대화 안해"…국회, 대통령 탄핵안 논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원주민들이 중심이 된 에콰도르의 반(反)정부 시위가 보름을 넘겼지만, 이렇다 할 출구를 찾지 못한 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트위터 영상 메시지를 통해 "에콰도르를 인질로 잡는 이들과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위를 주도한 에콰도르토착인연맹(CONAIE) 레오디나스 이사 대표와의 대화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라소 대통령은 "유익하고 진실한 대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모두가 목격했을 것"이라며 "원주민 전체가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을 지키려는 이사와는 대화를 위해 마주 앉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날 정부 대표단과 협상을 벌였던 이사 대표는 이날도 협상 장소에 와서 기다렸으나, 소득 없이 돌아갔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CONAIE는 라소 대통령의 대화 중단이 그의 "권위주의와 의지 부족, 무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라소 대통령의 대화 중단 선언은 이날 연료 수송 트럭을 호위하던 군경이 공격을 받아 군인 1명이 숨진 이후 나왔다.
에콰도르 정부는 공격한 이들을 "폭력적인 시위대"라고 표현했다.
에콰도르의 이번 원주민 시위는 지난 13일 시작됐다.
연료비를 비롯한 전반적인 생활 물가 상승 등에 분노한 원주민들은 연료비 인하, 영세 농민 채무 재조정, 농산물 적정가격 보장 등 10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무기한 도로 봉쇄 시위를 시작했다.
시위가 격화해 지금까지 최소 5명 이상의 사망자도 나왔으며, 정부가 한때 일부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라소 정부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인하하는 등 시위대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고, 이후 정부와 시위대가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면서 희망적인 신호가 보였으나 대화의 문은 다시 닫히고 말았다.
이번 시위가 더 큰 정치 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에콰도르 국회는 이날 라소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번 탄핵안은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좌파 야당 의원 47명이 주도한 것으로, 전체 의원 137명의 3분의 2인 92표 이상의 찬성표가 나오면 가결된다.
토론 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져야 하는데, 국회의장은 토론 직후 표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곧바로 알프레도 보렐로 부통령이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게 되지만, 라소 대통령이 국회를 해산한 후 다음 선거 때까지 대통령령으로 국정 운영을 이어가는 방안도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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