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 시설· 식품공장 등 밀집 지역에 시위 금지령
(서울=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격화하는 반정부 시위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면서 탄핵 위기에 몰렸다가 기사회생한 에콰도르 대통령이 일부 지역에 재차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9일(현지시간) AFP·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의 소통비서관실은 이날 아수아이, 임바부라, 수쿰비오스, 오레야나 등 에콰도르 24개 주 중 4개 주에 한 달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에는 원유 산출을 위한 유정과 식품·약품 생산 공장 등이 분포돼 있다.
정부는 이들 지역에 '보안 구역'을 설정해 질서 유지 명목으로 무장 군을 배치하거나 주민 시위 금지를 선언할 방침이다.
라소 대통령은 "(비상사태 선포 지역은) 연료 공급망이 밀집한 곳으로, 그간 가장 큰 폭력 행위가 발생하기도 했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수 시설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 지역 인근에서는 성난 시위대가 연료 수송차를 공격해 군인 1명이 사망했다고 에콰도르 정부는 전했다.
이번 비상사태 선포는 국회에서의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부결된 직후 나왔다.
국회 탄핵안 논의 당시 이미 6개 지역에 발령됐던 비상사태를 해제하거나 시위대와 공식 첫 협상을 시작하는 등 유화적인 모습을 보였던 라소 대통령이 축출 위기에서 벗어나자 곧바로 강경 분위기로 선회한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해설했다.
에콰도르토착인연맹(CONAIE)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는 연료비 인하, 영세 농민 채무 재조정, 농산물 적정가격 보장 등 10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13일부터 보름 넘게 곳곳에서 시위 중이다.
정부와 시위대 집계 사이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금까지 사망자는 최소 6명 나왔다.
라소 대통령은 이번 시위 선봉에 선 레오니다스 이사 CONAIE 대표를 향해 "국가를 볼모로 삼는 세력과는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 대 강' 기조를 시사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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