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의 나라' 아르헨, 경제난에 소고기소비량 100년만에 최소

입력 2022-07-02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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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의 나라' 아르헨, 경제난에 소고기소비량 100년만에 최소
작년 1인당 소고기 47.8㎏ 소비…1920년 이후 가장 적게 먹어
경제 위기·식습관 변화 영향…최근 물가상승에 소비 더 줄어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사는 교민 박모(51) 씨는 요즘 장 볼 때 소고기를 선뜻 사지 못한다.
박씨는 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에 장 보기가 무섭다"며 "주말마다 먹던 아사도(소고기에 소금을 뿌려 숯불에 굽는 아르헨티나 전통 요리)도 이제 한 달에 한두 번으로 줄이고 있다"고 푸념했다.
'소고기의 나라' 남미 아르헨티나의 소고기 소비량이 갈수록 줄고 있다.
최근 아르헨티나소고기진흥원(IPCVA)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아르헨티나 국민 1인당 소고기 소비량은 연 47.8㎏을 기록했다고 페르필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1920년(46.9㎏) 이후 100여 년 만에 가장 적은 양이다.
국토가 넓고 사람보다 소가 많은 아르헨티나는 1인당 소고기 소비량도 전 세계 최다 수준이다.
20세기 중반엔 1인당 1년에 100㎏ 넘는 소고기를 먹었다.
그러다 군부독재 시절이던 1977년부터 소고기 소비량이 차츰 줄어들기 시작했다.
소 마리 수도 1977년 무렵 6천100만 마리에서 현재 5천340만 마리로 줄었다. 과거엔 사람보다 소가 2배 이상 많았지만, 지금은 1인당 1.13마리 수준이다.
아르헨티나 국민의 소고기 소비량 감소엔 세계적인 웰빙 트렌드로 인한 식습관 변화도 영향을 미쳤지만, 여러 차례 반복된 경제 위기와 빈곤층 증가 등도 크게 작용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특히 최근 연 60%를 웃도는 가파른 물가 상승도 소고기 소비를 위축시켰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일정 기간 소고기 수출 제한까지 하면서 내수 가격을 낮추려 했지만, 소고기 가격은 1년 새 70% 넘게 뛰었다.
오랜 경제 위기로 시름이 깊은 아르헨티나인들은 즐겨 먹던 소고기조차 마음껏 먹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연말 물가 상승률이 최저 연 70%에서 많게는 세 자리 숫자까지도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아르헨티나 국민의 소고기 소비도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sunniek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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