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흑자 낸 1분기와 비슷할 듯…화학업계는 수요부진·원가압박에 '침울'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올해 1분기 고유가와 정제마진 초강세 덕분에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국내 정유사들이 2분기에도 다시 한번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번 2분기에는 정유사들의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이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오르면서 정유사들의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다만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주원료로 하는 석유화학사들은 부쩍 뛴 나프타 가격과 수요 위축으로 전년보다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5일 연합인포맥스 시스템을 통해 최근 한 달 내 발표된 증권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SK이노베이션[096770]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초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이들 4사는 지난 1분기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 증가와 정제마진 개선으로 나란히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바 있다.
1분기 영업이익 규모는 SK이노베이션이 1조6천491억원으로 가장 컸고 이어 에쓰오일(1조3천320억원), GS칼텍스(1조812억원), 현대오일뱅크(7천45억원) 등 순이었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실적 평균 전망치는 매출 22조6천133억원, 영업이익 1조8천178억원 규모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5천65억원)보다 258.9% 늘면서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한화투자증권[003530] 전우제 애널리스트는 올해 2분기 SK이노베이션의 흑자 규모가 2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유가와 정제마진, 환율 강세가 3개월째 지속되고 있고, 2분기부터 석유제품 판매량도 늘어나 실적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에쓰오일의 2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 11조2천877억원, 영업이익 1조2천834억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영업이익 전망치는 분기 최대 규모였던 1분기(1조3천320억원)보다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에쓰오일의 2분기 흑자 규모가 1조7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003470] 애널리스트는 에쓰오일의 2분기 실적 전망에 대해 "러시아발(發) 정제마진 초강세가 예상보다 강하고 길게 이어지면서 전 부문에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지난 5월 온산공장 폭발사고 우려도 정유 강세로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역시 올해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호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2분기 정유사들의 호실적은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초강세가 쌍끌이로 이끌었다.
정유사들은 산유국과 보통 3개월 전에 원유 도입 계약을 체결하는데 유가 상승기에는 앞서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던 원유의 가치가 높아지고 더 비싸게 팔 수 있게 되면서 정유사들이 재고평가 이익을 얻게 된다.
특히 정제마진이 올해 2분기들어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정유사의 초호황을 견인했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것으로, 보통 배럴당 4~5달러를 이익의 마지노선으로 본다.
정제마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적인 석유제품 수급 차질 등의 영향으로 3월 넷째 주(13.87달러)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이후로도 꾸준히 상승해 지난달 넷째 주 기준 29.5달러까지 치솟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고유가와 정제마진 강세가 이어지면서 2분기에도 호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고유가에 따른 석유 소비 위축, 우크라이나 사태 종료 후 국제유가 급락 가능성 등은 위험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석유화학 업계는 고유가에 따른 원재료 가격 상승과 수요 부진, 증설 물량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 등으로 2분기에 저조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051910]의 올해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9천3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5%, 올해 1분기보다 9.1%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 외에도 롯데케미칼[011170]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89.0% 줄어든 656억원,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1% 줄어든 3천536억원 수준으로 예상됐다.
석유화학 업계는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전방 산업 수요 확대 등으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로 인한 수요 위축, 글로벌 업체의 설비 재가동으로 인해 실적이 둔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원유에서 추출하는 석유화학 제품의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국제유가 급등으로 덩달아 오르면서 석유화학 제품 전반에 걸쳐 스프레드(마진)가 줄었다.
하이투자증권 전유진 애널리스트는 "나프타 가격은 올랐지만, 화학제품 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정보통신(IT) 기기와 가전제품, 자동차 등의 수요가 둔화되면서 그간 선방하던 ABS(고부가합성수지) 스프레드도 빠르게 하락 중"이라고 설명했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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