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통계청은 5일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6월에 비해 6.0%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외환위기 때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외환위기 당시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자재 중심으로 수입 비용이 증가했는데 그때 버금가는 수준으로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올 6월의 경우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코로나19 이후 일상 회복의 영향으로 에너지·원자재 가격과 외식 등 서비스 가격이 계속 오르는 가운데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도 확대되면서 전월(5.4%)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물가 오름세는 하반기로 갈수록 더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가공식품·외식 물가 오름폭 확대로 5월(5.4%)보다 높아지고, 하반기에도 원유·곡물 등을 중심으로 해외 공급요인 영향이 이어져 상반기보다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 급등기인 2008년의 4.7%를 넘어설 가능성까지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전날 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5.0%로 제시하기도 했다. 외환위기 당시를 방불케 하는 물가 폭등으로 서민들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기를 국민은 기대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고물가뿐만 아니라 고금리·고환율의 '3고 위기'를 겪고 있다. 여기에 수출 둔화와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쳐 전례 없는 복합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상반기 수출은 3천503억 달러, 수입은 3천606억 달러로 무역수지가 103억 달러(약 13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또 6월에는 수출 증가율이 5.4%에 그쳐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를 보였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천382억8천만 달러로 전월 말(4천477억1천만 달러)보다 94억3천만 달러 감소했다. 이런 감소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시기인 2008년 11월(-117억5천만 달러)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더욱이 소비자 물가가 약 24년 만에 가장 높아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의 다음 주 기준금리 인상은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라고 한다. 특히 한국은행이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등을 고려해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을지에 시장이 주시하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사태 등을 거치며 폭증한 가계부채라는 잠재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을 진행함에 따라 가계부채 문제가 경착륙하면 통화정책이 실물 경제 침체를 유발하는 '오버킬(overkill)'이 나타나고, 그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후퇴) 국면으로의 진입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부도 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렵다"면서 "제가 직접 민생 현안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제가 민생 현장에 나가 국민의 어려움을 듣고, 매주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주요국 통화 긴축의 가속화 등으로 금융·외환시장 불안도 고조되면서 고물가 속 경기둔화 우려가 확대되는 복합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국민은 현 정부가 위기 진단과 아울러 특단의 대책 마련 등을 통해 위기 상황을 돌파해가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물가 상승이 우크라이나 사태 등 주로 대외 여건에서 비롯돼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국민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비상한 시국에는 비상한 대책이 요구되는 법이다. 정부와 여당 국민의힘은 총력 대응을 통해 고물가로 국민 고통이 가중하는 현 상황을 끊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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