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닭고기·식용유 등 급등…서민들 빈민 전락 가속화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군부의 쿠데타 발발 17개월째에 접어든 미얀마에서 지칠 줄 모르고 오르는 물가에 서민들이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있다.
수입은 그대로인데 연료비부터 식품 가격까지 줄줄이 천정부지로 오른 탓에 빈민층으로 몰락하는 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윈 툰 나잇(가명·39)은 6일 기자에게 "바쁠 땐 택시를 종종 타는데 쿠데타 이후로 택시비가 두 배가 넘게 올랐다"며 "미얀마 택시는 요금 미터기가 없고 택시 기사와 흥정을 해야 하는데 요즘은 '부르는 게 값'이라서 택시 타기 겁난다"고 했다.
택시 기사 웰린 텟(가명·35)은 "7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데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다"며 "쿠데타 전과 비교하면 가스값이 3배가 넘게 올랐는데 택시비는 그렇게 많이 올릴 수도 없고 해서 조금 올렸는데 손님들은 비싸다고 택시를 타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한 주유소 매니저는 "쿠데타 직후인 2021년 2월 2일의 옥탄가 92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 당 625짯(약 440원)이었는데 2022년 7월 현재는 2천60짯(약 1천450원)으로 무려 230% 상승했다"며 "군정의 환율 정책 실패로 유류 수입이 어려워져 그나마 제대로 못 팔고 있다"고 했다.
유류비 상승에 모든 물가가 요동치고 있다.
미얀마에서 아침 식사로 많이 먹는 국수인 모힝가를 10년 넘게 시내 재래시장에서 팔고 있다는 나잉 웨이(가명·40)는 "할머니 때부터 모힝가 장사를 시작했는데 지금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고 하소연을 시작했다.
그는 "미얀마의 모든 요리에는 식용유가 꼭 필요한데, 작년 쿠데타 전에는 1ℓ에 1천 짯(약 707원)이던 것이 지금은 3천500짯(약 2천 470원)으로 250% 올랐다"며 "모힝가 만드는 데 많이 들어가는 양파는 1㎏에 400짯(약 282원)에서 1천400짯(약 990원)으로 역시 250% 급등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 서민들이 즐겨 먹는 아침 식사인데 가격을 많이 올릴 수도 없어서 1인분에 600짯(약 420원)에서 700짯(약 490원)으로 100짯(약 70원) 올렸을 뿐인데 2인 가족용으로 2인분 사가던 사람은 1인분으로, 4인 가족용으로 4인분 사가던 사람이 2인분으로 줄여서 사 간다"고 전했다.
이어 "이윤은 남지도 않는데 매출은 더욱 줄어서 대대로 이어온 이 모힝가 장사를 계속해야 할지 집사람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장바구니 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세계적인 쌀 수출국인 미얀마에서 쿠데타 전 1㎏에 1천 짯(약 707원)하던 쌀값이 1천600짯(약 1천130원)으로 60% 올랐고, 미얀마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닭고기는 1비스(약 1.63㎏)에 4천 짯(약 2천 820원)에서 1만1천 짯(약 7천 770원)으로 무려 175%나 올랐다.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인 쉐 이 닌(가명·33)은 "군부가 정권을 잡고 나서 장바구니 물가가 전부 2배 이상 올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임금은 요지부동인데 물가는 올라도 너무 올랐다"며 "아이들 교육 때문에 양곤에 사는데, 계속 살 수 있을지 남편과 날마다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양곤의 대표적인 빈민촌 중 하나인 안타야 에익따 지역 천변 마을에서 빈민 구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 한인 목사는 "요즘 빈민촌으로 유입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며 "심지어는 여기 빈민촌에서도 살기 어려워 결국 시골로 향하는 가족도 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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