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외교부는 "허위보도" 부인…현지 언론 보도도 제각각
핵협상 주도권 쥐려는 '인질외교'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이란 주재 영국 외교관이 스파이 혐의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붙잡혔다고 AP·AFP통신 등이 현지 보도를 인용,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은 보도 내용을 즉각 부인했다.
이란 국영통신사 IRNA는 이란주재 영국 대사관 공관차석(deputy head of mission)인 자일스 휘터커 부대사를 포함해 '스파이 국가'의 외국인들이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자국의 미사일 발사 시험 기간에 휘터커 부대사 등이 출입금지 군사지역에서 토양 샘플을 채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인 체포 시점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 국영방송은 휘터커 부대사가 이란 남서부 사막에서 토양 샘플을 채취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이 장면을 보도하면서 방송 해설자는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는데도 더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샘플을 채취하고 사진을 찍었다"면서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이 관광객 행세를 하면서 군사시설, 발사 장소를 찾는다. (군의) 장비와 탄약을 식별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외교관인 휘터커 부대사가 실제로 체포돼 구금된 상태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영국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관이 이란에서 체포됐다는 보도는 완전한 허위"라면서 보도 내용 자체를 부인했고, 여타 이란 현지 매체 보도도 제각각이어서다.
IRNA는 휘터커 부대사 등이 간첩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고 전했지만, 혁명수비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휘터커 부대사가 사과 후 추방됐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영TV는 휘터커 부대사가 체포된 이란 중부 지역에서만 추방된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은 휘터커 부대사 외에도 폴란드 코페르니쿠스대학 미생물학부 마치에이 발차크 교수, 오스트리아 공관 문화분야 담당 외교관의 남편 등도 비슷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해선 이란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자국 내 서방 인사들을 구금해 일종의 '인질외교'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각도 적지 않다.
교착 상태에 빠진 서방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 등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과거 서방 이중국적을 보유한 자국민에게 스파이 혐의를 뒤집어씌워 체포하고, 이를 추후 서방국과의 회담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란은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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