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과 회담 때 동석…바이든, 유가안정 위해 인권문제와 타협?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기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살만 빈 알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등 사우디 지도부와 양자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또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도부에 속해 있기 때문에 회담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3~16일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순방하며, 사우디에서는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을 앞두고 그가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날지가 논란이 돼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8년 10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왕세자가 지목된 뒤 사우디를 국제사회에서 '왕따'시키겠다고 공언해 양국 관계가 악화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맞물려 국제 유가 급등으로 물가 안정이 최우선 현안으로 등장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협력을 구할 필요성이 생겼다.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양상이라는 평가를 받는 예멘 내전의 휴전을 연장하기 위해서도 사우디의 협조적 태도가 긴요하다.
더욱이 사우디가 미국과 갈등 관계인 중국, 러시아와 교류하는 모습까지 보임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70년 넘는 우방인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이 중요해졌다.
반면 무함마드 왕세자가 비록 실권자이긴 하지만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지목된 터라 바이든 대통령이 그를 직접 만날 경우 정치적 필요 때문에 인권을 외면하고 타협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민주당 일부는 물론 시민단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나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양자 회동이 아니라 GCC 회의 석상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날 것처럼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빈 살만 국왕과 양자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도 지도부 일원으로 참여시키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여겨진다.
커비 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더 큰 범위의 양자회담이라는 맥락에서 왕세자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 기간 이란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해 방공망 능력을 향상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중동 지도자들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의 점증하는 위협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방공망을 하나로 통합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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