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유행 첫해 극빈층 9천300만명 증가…"2030년 기아퇴치 목표 큰 위기"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인해 유엔이 기아 퇴치를 위해 공들여온 4년 치 이상의 노력이 사실상 수포가 됐다는 자체 평가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국이 최근 공개한 '2022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DGs)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은 유엔이 설정한 목표를 실현하는 데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당분간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유엔이 빈곤과 질병, 교육, 환경문제 등 인류의 보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30년까지 달성할 것을 전 세계 회원국에 주문한 각종 목표치가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한 것이다.
이 가운데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기아를 퇴치함으로써 빈곤 문제를 크게 개선하겠다는 유엔의 계획은 큰 위기(jeopardy)에 놓여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전 세계에 9천300만명의 극빈층이 새로 생겼다고 진단했다. 세계은행은 하루 생계비가 1달러 미만인 사람을 극빈층으로 분류한다.
보고서는 팬데믹이 이어진 2021년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겹친 올해까지 극빈층은 7천500만∼9천500만명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2020년 기준으로 7억∼8억명 정도로 파악됐던 전 세계 극빈층이 매년 급격하게 늘면서 이미 10억명 선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굶주리는 이들은 2019년보다 1억5천명 더 늘어났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저개발국들의 빈곤이 더욱 심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보고서는 이런 상황으로 인해 빈곤 문제 개선을 위해 유엔이 추진해온 4년 이상의 노력이 다 지워져 버린 셈이 됐다고 진단했다.
작년에 전 세계에서 1억4천700만명가량의 어린이들이 대면 교육 기회를 절반 이상 잃어버리는 등 팬데믹이 초래한 보건 문제는 빈곤뿐 아니라 교육이나 기타 경제 분야에 타격을 줬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폭력·분쟁 사례들을 거론하면서 "현재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분쟁국에 살고 있으며 이는 세계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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