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인플레 잡는다'…한은, 내일 초유의 '빅 스텝' 나설 듯

입력 2022-07-1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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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인플레 잡는다'…한은, 내일 초유의 '빅 스텝' 나설 듯
한미 금리 역전·환율 상승 부담까지 겹쳐…3연속 인상도 처음
"빠른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위축·경기침체" 경고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민선희 김유아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오는 13일 사상 처음으로 빅 스텝(한꺼번에 0.50%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0.25%포인트(p)의 통상적 인상 폭으로는 6%까지 치솟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4%를 넘보는 기대인플레이션율,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환율 상승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게 다수 금융·경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6% 물가·4% 기대인플레…한은, 사상 첫 0.50%p 인상 압박
금통위는 지난 5월 26일 참석 위원 6명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1.50에서 1.75%로 높였다.
금리 인상은 4월(0.25%포인트)에 이어 두 달 연속 이어졌다.
만약 예상대로 오는 13일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또 오르면 사상 첫 '3회 연속 인상' 기록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와 전문가들이 이처럼 이례적 기준금리 줄인상, 더구나 역대 최초 0.50%포인트 인상에 무게를 두는 것은 무엇보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그만큼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6.0% 뛰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앞으로 1년의 물가 상승률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일반인)도 지난달 3.3%에서 3.9%로 올랐다.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고, 0.6%포인트 상승 폭은 2008년 통계 시작 이래 최대 기록이다.
물가에 대한 심리적 눈높이가 높아질수록, 경제주체들이 그에 맞춰 상품·서비스 가격과 임금 인상에 나서면서 한 단계 높아진 물가 수준이 떨어지지 않고 굳어질 우려가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6%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질 수 있고, 기대 인플레이션율까지 빠르게 높아지기 때문에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만으로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며 "한은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라도 빅 스텝으로 강한 물가 안정 의지를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이달 한미 금리 역전되면 환율·물가↑ 가능성…"0.25%p로 충분하지 않다"
임박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도 금통위를 빅 스텝으로 내몰고 있다.
현재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0.00∼0.25%포인트인데, 13일 금통위가 0.25%포인트만 올리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빅 스텝만 밟아도 0.00∼0.25%포인트의 역전을 피할 수 없다.
더구나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우리나라보다 0.25∼0.50%포인트나 높아지게 된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원화 약세 탓에 같은 물건이라도 더 많은 원화를 주고 수입해야 하는 만큼,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 급등세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으로서는 0.25%포인트만 올렸을 때 한미 정책금리 역전 시점이 앞당겨지고, 역전 폭도 커지는 것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재 환율에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전망이 이미 반영된 것 같은데, 실제 인상 폭이 0.25%포인트에 그치면 환율은 더 올라가고 수입 물가가 높아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0.25%포인트만 올리면 외환시장에서 내외 금리차를 이용하는 세력이나 기대인플레이션에 충분한 시그널(신호)을 줄 수 없을 것"이라며 빅 스텝에 무게를 뒀다.
다만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은 한은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물가와 환율 관리에 초점을 맞춰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이자 부담이 급증하고 체감 경기도 나빠져 소비 등 실물 경기가 뚜렷하게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근거로 빅 스텝 확률을 절반 이하인 40% 정도로 분석했다.
그는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가계 이자 비용은 급증하는데 이를 메워줄 소득의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소비 위축, 경기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0.5%포인트 빅 스텝으로 올해 가계 소비 지출 증가율이 0.5%포인트가량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ING은행도 최근 보고서에서 "성급한 금리 인상은 소비 회복을 억제할 수 있다"며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shk999@yna.co.kr, ssun@yna.co.kr, ku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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