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판결 6주년에 필리핀 "영해 수호"·中 "수용못해"(종합)

입력 2022-07-13 17:50  

남중국해 판결 6주년에 필리핀 "영해 수호"·中 "수용못해"(종합)
마날로 외교장관 "PCA 결정은 최종적이며 부인할 수 없어"
中외교부 "불법판결" 주장 반복하면서도 미국에 비판 집중


(하노이 베이징=연합뉴스) 김범수 조준형 특파원 =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국제상설재판소(PCA) 판결 6주년을 맞아 양국이 판결 효력을 놓고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교장관은 전날 성명을 내고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필리핀은 중국에 법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PCA의 판결은 최종적이며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판결은 논쟁의 여지가 없으며 부인할 수도 없다"면서 "우리는 이를 훼손하는 어떤 시도도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고(故) 베니그노 아키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3년 1월에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PCA에 제소했다.
이에 PCA는 2016년 7월 12일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가 자국 영해라는 중국의 주장은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중국은 계속해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대형 어선과 해군 순시선이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국 선박 수백 척이 필리핀의 EEZ 내 휫선(Whitsun) 암초에 장기간 정박하는 와중에도 '친중' 성향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강경 대응에 나서지 않아 국내에서 비난이 일기도 했다.
후임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취임 전후에 주권 수호를 다짐해왔다.
그러나 마르코스 역시 중국과는 관계 증진이 필요하다고 수시로 입장을 밝혀 전임자의 전철을 따를 거라는 예상도 나오기도 한다.
주미 필리핀 대사인 호세 마뉴엘 로무알데즈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상의 방책은 외교"라면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선호 방침을 시사했다.
한편 지난달 실시된 필리핀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중 90%는 자국 정부가 단호하게 해상 영유권을 수호하고 방위력을 증강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필리핀의 주장을 반박하며 PCA 판결에 대한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PCA의 해당 판결은 "유엔 해양법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을 엄중 위반한 것으로서 불법이자 무효"라며 "중국 측은 수용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며, 판결에 기반한 어떠한 주장이나 행동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은 최근 미·중 전략경쟁 속에 공을 들이고 있는 동남아 국가인 필리핀보다는 미국에 공세를 집중했다. 중국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 해역에 군함을 파견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전개하는 미국을 비난하고, 동남아 국가들과 직접 당사자로서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왕 대변인은 "미국은 역외국가로서 남중국해 문제의 역사적 경위와 객관적 사실을 무시한 채 국제법을 위반 및 왜곡"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미국 측이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주권과 권익을 존중하고, 남중국해에서 시비를 걸고 남중국해 문제를 이용해 지역 국가를 이간질하는 것을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 당사국끼리 대화와 협상을 통해 남중국해 분쟁을 적절히 처리할 것"이라며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은 함께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지킬 것"이라고 부연했다.
bum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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