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명확한 '포워드 가이던스' 시도하는 듯"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민선희 김유아 기자 = "오늘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인상한 만큼,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 참석해 빅 스텝(한꺼번에 0.50%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향후 금리 인상 폭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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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은 총재들이 일반적으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당분간 통화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겠다" 등 다소 모호한 표현으로 시장에 메시지를 전달한 것과 비교해 전혀 다른 방식의 소통이다.
더구나 이 총재는 이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까지 밝힌 만큼, 결과적으로 '당분간 0.25%포인트씩 몇 차례 계속 금리를 올리겠다'고 명시적으로 예고한 것과 마찬가지다.
앞서 지난 5월 금통위 직후에도 이 총재는 언론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의결문의 '당분간'이라는 단어에 대해 "당분간을 수개월로 해석하는 것은 제 의도와 부합한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총재가 더욱 명확한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안내 지침)' 방식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시장의 통화정책 예측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미래 통화정책 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것을 말하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이 도입했다.
예를 들어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 5월 "0.75%포인트 인상(자이언트 스텝)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이를 뒤집고 6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 "포워드 가이던스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런 한은의 포워드 가이던스 변화는 이 총재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과도 관련이 있다.
지난 4월 1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처음 출근할 당시 하반기 물가 전망에 대한 질문에 그는 "경제 외적인 변수가 워낙 많아 하반기 물가가 어떻게 될지는 정말 모르겠다"며 "이럴 때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한은의 임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은 내부에서는 "이 총재의 소통은 철저하게 경제지표를 근거로 삼는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ent) 방식으로, 지표가 명확해지면 분명한 시그널을 통해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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