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광 장비로 대기 통과 별빛 분석…생명체 서식 가능 행성 찾기 탄력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대기 중 물의 존재를 확인해 외계행성 대기 분석 능력을 입증한 WASP-96 b는 태양∼수성의 9분의 1밖에 안 되는 거리에서 3.5일 주기로 태양과 같은 항성을 돌고있는 거대 가스 행성이다.
질량은 목성의 절반밖에 안 되지만 지름은 1.2배에 달하며, 표면 온도가 1천℉가 넘는다.
이런 점은 다른 망원경을 통해 이미 확인된 부분이고, 웹 망원경은 첨단 성능을 가진 분광 장비의 분석을 통해 대기에 물 성분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연무와 구름이 존재한다는 점도 새롭게 밝혀냈다. 지금까지는 이 행성에는 대기 중에 구름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웹 망원경은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대기를 통과한 별빛과 이를 통과하지 않은 원래 별빛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분광 분석을 했다. 원자나 분자는 지문처럼 특정 빛 파장을 흡수하는 패턴이 각각 다른데 이를 분석하면 구성 성분을 파악한 것이다.
웹 망원경은 '근적외선이미저 및 무슬릿 분광기'(NIRISS)를 이용해 WASP-96 b가 1천150 광년 밖에서 항성 앞을 지나는 이른바 천체면 통과(transit) 때 6.4시간에 걸쳐 관측했다.
별빛의 광곡선은 전체적으로 줄어들며 이전 관측을 확인해 줬으며, 분광 스펙트럼은 0.6∼2.8㎛(마이크로미터)의 적외선 개별 파장에서 밝기 변화를 드러내며 모호하지 않은 분명한 물의 증거를 제시해 줬다.
웹 망원경 이전 우주망원경의 대표 주자 격인 허블도 지난 20년간 여러 외계행성의 대기를 분석하고 2013년에는 대기 중 물의 존재를 확인하기도 했지만 웹 망원경의 즉각적이고 상세한 결과에는 미치지 못했다.
웹 망원경의 분광 결과는 지구 이외에 생명체 서식 가능한 행성을 찾는데 있어 거대한 도약으로 평가되고 있다.
웹 망원경의 NIRISS가 내놓은 분광 결과는 지금까지 외계행성 대기에서 포착한 적외선 스펙트럼 중 가장 상세할 뿐만 아니라 빨간색 장파장 가시광(600nm)부터 다른 망원경은 접근하지 못하던 1.6㎛ 이상 파장까지 가장 넓은 파장을 아우르고 있다.
이 파장은 물의 존재에 특히 민감하며, WASP-96 b에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산소나 메탄, 이산화탄소 등도 예리하게 잡아낼 수 있다.
NIRISS는 1㎛의 1천분 1밖에 안 되는 색의 차이도 구분할 수 있다고 하는데, 녹색과 황색의 차이는 50㎛나 되는 것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정밀한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또 이런 색의 밝기 차이는 수백 ppm(백만분율)까지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웹 망원경이 지구에서 약 160만㎞ 떨어진 제2라그랑주점(L2)에서 안정적 궤도를 갖고있어 지구 대기의 영향을 받지 않고 분광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도 갖고있다고 설명했다.
웹 망원경은 앞으로 1년간 전체 관측 시간의 약 4분의 1을 외계행성 관측에 배정해 놓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수십개 외계행성 대기와 표면을 분광분석할 예정이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