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들 위기에 강해…中과 경제적으로 계속 협력·발전해야"
대한상의 제주포럼서 기자간담회…"日과 관계 정상화 꼭 필요"
(제주=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인플레이션(물가인상)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물가가 올라 임금상승 압력을 같이 받는 게 장기적으로 제일 어려운 과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3일 제주도에서 개막한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을 계기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처는 예상된 것"이라면서도 이같이 언급한 뒤 "기업 가운데서 사람을 많이 고용하는, 특히 중소기업 쪽에서 훨씬 더 어려움이 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한 번도 세계가 긴축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고 이자율을 계속 내리고, 돈을 풀어왔다"며 "계속 돈을 푸는 것으로 버텨왔던 것이 쌓인데다 여기에 두 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더 생겨 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 체계가 상당히 어려워진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값과 곡물값이 올랐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 "그동안은 공산품값은 계속 내려서 인플레이션이 크게 오지는 않았다"면서 "지금부터는 그 문제들을 넘어가는 쇼크(충격)가 다가왔고, 여태까지 풀려있던 돈들이 인플레이션을 급속히 가중하는 역할을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경기는 침체국면으로 흐를 것 같고, 내년에도 그렇게 될 것 같다"고 관측했다.
최 회장은 향후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SK그룹의 투자계획에 대해선 "작년에 세웠던 것은 당연히 어느 정도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이자가 계속 올라가는 만큼 전략·전술적인 형태로 투자를 지연하는 정도쯤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재료 부문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그 부문을 원래 투자대로 그대로 밀기에는 계획에 잘 안 맞아 어쩔 수 없이 조정이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투자가 밀려서 지연되기는 하겠지만 (투자를) 안 할 계획은 없다"고 단언했다.
앞서 SK그룹은 지난 5월 향후 5년간 반도체, 바이오 등 핵심 성장 동력 강화를 위해 2026년까지 247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숱한 사건들이 많아서 이런 쇼크 정도는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세계 많은 기업 가운데 대한민국 (기업)의 체질이 위기에 매우 강한 형태로 짜져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해선 "지구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평가하는데 이를 살릴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고 얼마나 삶을 희생하겠느냐는 질문에 인류가 답해야 하는 문제"라며 "그래서 ESG는 무조건 장기적으로 가야 하는 시점에 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최근 중국 시장에서 크게 고전하는 데 대해 "중국, 어렵네요"라며 운을 뗐다.
이어 "(중국은) 아직도 좋든 싫든 상당히 큰 시장인 만큼 포기하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며 가능한 한 경제적으로 계속해서 협력하고, 발전과 진전을 이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 이후 한일 간 경제협력 전망에 대해선 "(일본과) 관계 정상화는 계속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 입장에서 보면 일본과 정상화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8월 광복절을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등 경제인 사면복권 문제가 거론되는 데 대해 "경제가 어렵다 보니까 (경제인을) 좀 더 풀어줘야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자유롭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사면이)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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