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갱단 세력간 다툼 일주일째…주민들 물·음식도 없이 집에 갇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에서 갱단들의 세력 다툼이 계속되면서 일주일 만에 최소 89명이 숨졌다.
아이티 인권단체 국가인권수호네트워크(RNDDH)는 13일(현지시간)자 보고서에서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 시트솔레이에서 지난 7일 시작된 갱단 다툼으로 지금까지 89명이 살해됐다고 밝혔다.
실종자도 16명 발생했고, 74명이 총이나 흉기로 부상했다고 이 단체는 집계했다. 갱단이 불태우거나 부순 가옥도 127채에 달한다.
이번 '전쟁'은 'G9'와 'GPEP'이라는 이름의 두 갱단이 시트솔레이 지역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벌인 것이다.
마을이 전쟁터로 변하면서 주민들은 식수와 음식도 없이 집안에 갇혀 있는 처지가 됐다. 총알이 허술한 집 외벽을 뚫고 들어와 집에 머물다가 유탄에 맞아 목숨을 잃는 주민들도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무무자 무힌도는 거리에서 불에 탔거나 부패하고 있는 시신들을 봤다며 "진짜 전쟁터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해됐는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갱단 다툼은 포르토프랭스의 연료난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시트솔레이에 있는 연료 터미널이 갱단 전쟁으로 봉쇄되면서 연료 수송에 차질이 생겨 포르토프랭스의 주유소엔 기름이 바닥났다.
연료난에 분노한 시민들은 13일 도심 거리에서 타이어를 태우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14일 로이터통신은 터미널 가동이 재개돼 유조선 한 척이 전날 터미널에 연료를 하역했다며, 연료 트럭들도 다시 수송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정치·사회 혼란과 경제난이 오래 이어져 온 아이티에선 지난해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의 혼돈을 틈타 갱단의 세력이 더욱 커졌다.
지난 4∼5월에도 포르토프랭스 북부에서 또 다른 갱단들이 전쟁을 벌여 150명 넘는 이들이 숨진 바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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