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배럴 유전지대' 케냐 북부 주민들 '풍요의 역설'에 허덕

입력 2022-07-19 01:31  

'6억 배럴 유전지대' 케냐 북부 주민들 '풍요의 역설'에 허덕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6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케냐 북부 투르카나 지역 주민들이 부의 공평한 분배에서 소외된 채 여전히 빈곤의 늪에서 허덕인다.
스산한 바람에 흙먼지가 이는 이곳 투르카나는 전통적으로 케냐에서도 가장 척박한 곳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영국의 글로벌 에너지기업 툴로우 오일이 6억 배럴로 추정되는 유전을 발견하면서 도시는 화려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개발 도상국에서 천연자원이 발견되면 처음에는 경제적 번영에 대한 환희와 희망으로 가득하다가 다음 단계는 대개 환멸과 분노로 바뀐다.
투르카나도 자원의 함정에 빠진 풍요의 역설을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고 현지 일간지 데일리네이션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르카나에는 지역사회 발전에 대한 증거가 여기저기 있지만, 이곳 주민들의 주머니에는 한 푼의 금전도 들어간 흔적이 없어 보인다.
현지 활동가인 존 바라카는 "다른 산유국들의 전철을 피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개발로 얻은) 수입과 지출의 투명성은 자원의 저주를 물리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성장을 촉진하고 빈곤을 줄이는 데 자원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르카나의 주도 로드와 타운에서는 정부 관료들이 불뚝 나온 배를 흔들며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돈을 뿌리고 있다.
하지만, 유전 인근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주린 배를 안고 생계를 위해 힘겨운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10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인 은기페요 아렘은 "우리는 석유 회사 바로 옆에 있지만, 혜택을 받지 못했다. 우리 아이들은 굶고 있다. 우리는 굶어 죽은 가족들을 이곳에 묻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전 탐사로 나무는 말라 버렸고 풀은 사라지고 주민들의 건강은 악화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고갈됐다. 물에서 나온 물고기처럼 완전히 말라버렸다"고 덧붙였다.


airtech-keny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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